LG 구본무 회장 투자공약, '효자'vs'불효자' CEO?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호정 기자] 국내 500대 기업 중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그룹 12개 계열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22.6% 증가했으나 투자는 2% 줄었다.
이같은 투자 실적은 삼성(-31.0%),SK(-22.6%)에 비해서는 양호하지만 현대자동차(23.3%),롯데(+9.8%),포스코(59.0%)등과 견줘 볼 때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LG전자(대표 구본준).LG이노텍(대표 이웅범).LG CNS(대표 김대훈)등이 58~85% 투자를 과감하게 늘렸으나 덩치가 큰 LG화학(대표 박진수) LG디스플레이(대표 한상범)등 일부 주력 회사들이 투자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그룹 전체 투자규모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맏형'인 LG전자가 올해 1분기 투자를 3천억 원 이상 늘렸으나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 각각16%,30%이상 줄인 탓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LG화학은 현금성 자산이 무려116% 폭증했으나 투자를 대폭 줄여 눈길을 끌고 있다. 곳간에 돈은 가득 쟁여 놓고 투자에는 비교적 소극적이기 때문이다.구본무 회장의 '투자 확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LG그룹의 투자 실적이 연초부터 관심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9일 방미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친 뒤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투자 확대를 공언했다.
구 회장은 "연초부터 투자 계획을 가장 먼저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그대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회장은 지난1월초 '투자 20조원, 1만 5000명 이상 고용'이라는 사상 최대의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내놓았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때 일수록 대기업이 앞장서서 공격적 투자와 고용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위기탈출을 앞당기는 선봉장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LG화학과 같이 그룹내 비중이 매우 크고 자금 사정도 비교적 넉넉한 계열사들이 1분기 처럼 투자에 소극적일 경우 구 회장의 이같은 '공언'(公言)은 '空言'으로 끝날 수도 있다.물론 이들이 앞으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경우엔 구 회장의 약속이 실현될 수도 있다. 특히 그룹의 핵심 기관차 회사인 박진수 LG화학 대표의 올해 투자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그룹 산하 12개 계열사들은 올해 1분기 3조1천157억 원의 유·무형자산을 취득해 전년 동기 3조1천802억 원에 비해 2% 감소했다.
이들 기업의 올 1분기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8조5천억 원으로, 작년말 6조9천억 원보다 22.6%%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현금사정이 전분기보다 좋아졌음에도 투자에는 인색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계열사별로는 부침이 심했다. LG전자가 투자를 58.1%나 늘린 데 반해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각각 16.1%와 30.3% 줄였다.
이들 3개사는 LG그룹 12개 전체 계열사 투자의 72%, 현금성 자산 가운데 74%를 차지하는 간판기업들이다.
LG디스플레이와 화학을 제외할 경우 10개 계열사의 투자액은 21%나 늘어나는 셈이 된다. 구 회장의 투자 확대 공언이 지켜질 수있는 상황이었다.
12개 계열사중 투자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LG이노텍이었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 1천399억 원의 투자를 집행해 전년 동기 756억 원에 비해 무려 85%나 늘어났다. 카메라 모듈 사업과 관련해 공장을 증설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다음으로 LG CNS는 작년 동기 226억원 보다 60.2% 늘어난 362억 원을 투자했다. LG CNS 관계자는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개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룹 맏형인 LG전자는 이기간 5천191억 원이었던 투자를 8천207억 원으로 58.1% 늘려 투자 확대 3위에 올랐다.
이외 LG엔시스(대표 김도현)는 17억 원을 투자해 25,1% 늘었고 LG하우시스(대표 오장수)도 699억 원으로 12.7% 늘렸다.
반면 LG실트론(대표 변영삼)은 투자금이 39억 원에 불과해 작년 동기 (457억 원)대비 무려 91.3%나 쪼그라들었다.
이어 LG상사(대표 하영봉)와 LG화학(대표 박진수)이 각각 30% 이상 투자를 줄였다.
LG상사는 자산 자체가 재평가 받으면서 감소했고, LG화학은 2~3분기 투자계획이 잡혀 있어 1분기 감소한 것일 뿐 전체적 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2조1천억 원 규모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과 LG디스플레이, 서브원(대표 박규석)도 각각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며 “연간 4~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지난 몇 년간 해오고 있기 때문에 1분기 결과만 놓고 말하기엔 조금 상이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대표 이상철)의 투자액도 5천389억 원으로 3.8%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은 LG생활건강이 가장 많이 늘렸다.
LG생활건강은 올 1분기 1천776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전분기와 대비 652억 원이나 늘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올 1분기 매출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LG화학의 현금성 자산이 1천556억 원으로 작년말 대비 116%나 늘었다. 이는 지난해 기타자산으로 잡혀 있던 부분이 현금성 자산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외 LG하우시스 97.9%, LG실트론 47.2%, 서브원 43.1%로 현금이 늘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3월 중순 5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 발행과 함께, 동월 휴일로 인해 결재가 4월로 넘어간 부분 때문에 그런 것일 뿐, 특별한 사유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