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10조 쌓아 놓고 투자는 '간보기' 수준
2013-06-27 김종혁 기자
특히 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가 설비투자 지표인 유무형자산 취득액을 크게 늘리며 투자를 주도했다.
현대중공업그룹 5개 계열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그룹 전체의 투자액(유무형자산 취득액)은 4천61억8천4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4%나 증가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가 투자를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약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해 올해 4월 준공한 브라질 공장(굴삭기, 휠로더 생산)과 현대오일뱅크 증설(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 3배 증강) 완료에 따라 자산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대표 이재성 김외현)의 유무형 자산 취득액은 3천4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4.2%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대표 권오갑) 역시 19.6% 증가한 635억 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미국 커민스사와 합작으로 6천800만 달러를 투자해 대구에 건설장비용엔진 회사를 설립 중에 있다. 이에 비해 현대종합상사(대표 정몽혁 김정래)와 현대미포조선(대표 최원길), 현대삼호중공업(대표 오병욱)은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감소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2.3% 감소했고, 현대미포조선은 6.7% 현대삼호중공업은 8.7%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투자를 이처럼 늘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현금사정 역시 좋아졌다. 올해 중공업분야에서 드릴쉽, 해양플랜트 등의 해외 수주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현금 자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수주한 선박 등의 건조해 인도하면서 자금 유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 5개사의 올 1분기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0조 9천557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5.3%나 급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 들어 수주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선수금이 유입되는 한편 기수주한 드릴쉽 등이 인도되면서 수금이 꾸준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선 관련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의 1분기 현금성 자산은 5조7천857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9.8% 증가했다. 또 현대삼호중공업(대표 오병욱) 역시 3조8천259억 원으로 66.7%나 늘렸다.
현대미포조선(대표 최원길)의 경우 298.3% 급증한 8천463억 원을 기록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현대오일뱅크는 현금성 자산이 4.7% 감소했고, 현대종합상사는 1.2% 증가에 그쳤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이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현금성 자산이 10조 원에 달하는 것에 비해서는 투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분기보다는 투자가 증가했지만 소규모 투자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의 장기침체와 함께 조선 업황도 불황에 빠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이를 대비한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기 불황에서 투자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53%)과 현대삼호중공업(35%)의 현금성 자산은 그룹 전체의 88%로 절대적인 비중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