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3순위 대세'…상반기 분양시장 승자는?
2013-07-28 이호정 기자
또 올 상반기 분양 아파트 가운데 청약통장이 필요한 1순위와 2순위 청약자만으로 분양물량을 소화한 단지는 전체 물량의 30%에도 미치지 못해 3순위 청약자가 분양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3순위 청약자의 가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2.58대 1을 기록했지만 22개 건설사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5개사는 청약자수가 분양물량을 밑돌았다.
29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급순위 상위 100대 건설사 중 22개사가 80개 단지에 아파트 4만7천14세대를 분양했으며 12만1천77명이 청약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청약통장이 필요한 1순위와 2순위 청약자는 각각 7만8천749명과 4천332명인데 비해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은 3순위 청약자는 7만8천749명으로 전체의 68.6%를 차지했다.
22개 건설사가 올 상반기에 분양한 80개 단지 12만여 가구를 평형별로 분류한 121건의 분양물량 가운데 1,2순위로 물량이 충족된 경우는 41건, 1만2천778가구로 27.18%에 불과했다.
3순위 청약자까지 포함해 분양물량을 소화한 경우는 57건 1만5천569가구로 33.12%를 차지했고 39.7%에 이르는 23건 1만8천667가구는 3순위자를 포함해도 분양물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물량을 3순위 청약자들이 대거 소화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청약통장을 아끼고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2.58대 1로 비교적 높았지만 이는 올 상반기 분양시장을 달군 동탄2신도시와 위례신도시, 대구 등 한동안 신규물량이 없었던 특정지역에 1,2순위 청약자가 대거 몰린 데 따른 결과다. 실제 동탄과 위례만 하더라도 1,2순위 청약자가 2만4천여 명이 몰려 올상반기 1,2순위 청약자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업체별로 전체 분양물량과 청약자수를 단순 집계할 경우, 현대건설(대표 정수현)과 삼성물산(대표 정연주), 대우건설, GS건설(대표 임병용),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대표 박창규), 엠코(대표 손효원), 동부건설(대표 이순병), 한신공영(대표 태기전), 한양(대표 박상진) 11개사는 1,2순위 청약자수가 분양물량을 넘어섰다.
또 두산건설과 호반건설(대표 최종만), 효성(대표 차천수), 동일토건(대표 고재일), 대원(대표 전영우), 중흥건설(대표 정창선) 6개사는 3순위 청약자를 포함해야 분양물량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현대산업개발과 코오롱글로벌, 부영주택, 요진건설산업, 신안종합건설 5개사는 3순위에서도 물량을 소진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영주택(대표 이중근)은 전라남도 광주와 여수 등에서 5천여 세대를 분양해 대우건설 다음으로 분양물량이 많았으나 청약자수는 36% 수준인 1천800여 명에 그쳤다. 그 다음으로 일산에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고 대대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요진건설산업(대표 최은상)이 2천 세대 중 38% 가량인 893세대를 분양하지 못했다.
재밌는 것은 국민주택규모 이하 물량인 59㎡와 중대형인 156~244㎡는 3순위에서 모두 분양됐으나, 전용 84㎡ 등은 모조리 물량의 70% 가량이 소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악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대부분 건설사들이 중대형 물량을 짓지 않다보니 브랜드와 별개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신안종합건설(대표 박순석)이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912세대 중 166세대가 청약미달 됐고, 코오롱글로벌(대표 안병덕)이 100세대 중 74세대, 현대산업개발(대표 정몽규)이 1천168세대 중 72세대 분양에 실패했다.
3순위에 턱걸이로 분양에 성공한 건설사 중에선 대우건설(대표 박영식)과 동부건설(대표 이순병)이 가장 힘겨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 중인 ‘김포풍무푸르지오 센트레빌1차’가 1천497세대 분양에 1천209명이 몰렸으나, 그중 3순위가 1, 2순위보다 39.3배 많은 1천179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 ‘김포풍무푸르지오 센트레빌2차’ 1, 2순위에서는 41명만이 접수를 했으나 3순위에서 1,034명이 몰려 25.2배나 높았다. 포스코건설(대표 정준양)도 지난달 인천 송도에 분양한 ‘송도 더샵 그린워크3 D-18-1블록’에서 3순위 청약자가 1, 2순위보다 5.4배 가량 많았고, 대림건설(대표 김윤)의 ‘e편한세상 평택’도 5배나 높았다.
이에 대해 김지윤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전국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청약이 모두 끝난 후에도 주요단지를 분양을 받을 수 있어 나타난 현상”이라며 “최근에는 청약자들이 수년간 아껴왔던 청약통장을 사용해 분양받기보단 차라리 미분양 난 주요단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매매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한편 단순경쟁률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곳은 삼성물산으로 청약자수가 분양물량의 27.74배에 달했다. 다만 분양물량이 368가구에 불과해 상반기 분양시장에서 큰 재미를 봤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어 7배가 넘는 경쟁률로 나란히 2,3위를 차지한 현대건설과 한신공영도 분양물량이 각각 800여 가구에 그쳤다. 2천여 가구를 분양한 롯데건설은 5.06대 1의 경쟁률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역시 2천가구 이상을 분양한 대림산업과 포스코건설이 각각 3.81대 1, 3.63대 1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동일토건이 3.42대 1, 한양이 3.04대 1, 동부건설이 3.02대 1, 엠코가 2.89대 1, GS건설이 2.59대 1로 평균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효성은 2.34대 1, 대원이 2.33대 1, 대우건설이 2.29대 1, 중흥건설이 1.68대 1, 호반건설이 1.37대 1, 두산건설이 1.24대 1로 평균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가 1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현대산업개발과 신안종합건설, 요진건설산업, 부영주택. 코오롱글로벌 등 5개사는 이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