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약방문' 방통위…휴대폰 보조금은 날고 과징금은 기면서 '뒷북'

2013-07-30     김아름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아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들에 연이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불법 보조금 경쟁을 막는 데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을 주무기로 하는 방통위의 제제 조치가 사후 약방문에 그칠 뿐, 영업현장에서 불법보조금을 줄이는 직접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불법보조금 비율과 통신사 과징금의 2가지 수치가 2010년 이후 줄곧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3사에 대한 방통위 과징금은 2010년 203억 원에서 2011년 136억7천만 원, 2012년 118억9천만 원으로 감소하다가 올들어 722억7천만 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불법보조금비율은 47.9%에서 41.8, 43.9%로 다소 낮아졌다가 올들어 71.9%로 크게 뛰었다.

 이는 시중에서 불법 보조금비율이 높아지는 데 맞춰 방통위가 과징금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과징금은 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과열된 다음에 징벌을 내린 것에 불과할 뿐, 보조금 경쟁을 예방하는 효과는 거두지 못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방통위가 통신3사에 영업정지를 내리며 서슬퍼렇게 보조금 경쟁을 단속했던 올해 1월 8일부터 3월 13일까지의 2개월 동안 불법 보조금 비율이 71.9%로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불법 보조금을 잡겠다고 영업정지를 시켰더니 오히려 불법 보조금 사례가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때리는 것뿐이엇다.

 방통위는 최근 KT에 단독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며 처벌의 수위를 더욱 높였지만 시중에서는 불법 보조금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 광진구의 휴대폰 대리점 밀집지역에서는 출고가 82만원 대인 팬택의 베가 아이언을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하는 조건으로 17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었다. 보조금 제한인 27만원을 훌쩍 넘은 65만원 정도가 지원되는 것이다.

 갤럭시S3나 옵티머스G프로 등 다른 기종에도 40~60만원대 보조금이 적용됐다.

 뽐뿌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리점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보조금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천억 원대의 마케팅비를 지출하는 통신3사의 입장에서는 수백억 대의 과징금이 큰 부담이 아니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조금을 무조건 불법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판매촉진의 일부로 보고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차피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보조금 제재는 오히려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 통신 관계자는 “어떤 산업이든 모든 소비자가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백화점의 파격 세일과 비슷하게 본다면 규제보다는 할인율이 높은 대리점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