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 패밀리 사이트 '정보제공' 강요로 회원 정보 장사?

수십개 패밀리 사이트 정보제공 동의안하면 가입 불가능 '부당해'

2013-08-06     조윤주 기자

# 대전 대덕구 비래동의 이 모(여.57세)씨는 롯데닷컴에서 옷을 구매해달라는 자녀의 부탁으로 롯데닷컴 회원가입을 진행하다가 중단했다. 롯데닷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롯데패밀리회원이 돼야 한다는 업체 측 방침에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롯데패밀리회원이 될 경우 롯데닷컴 외에 롯데카드,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등 25개의 롯데 계열사 사이트에 추가적으로 잠정 가입 상태가 된다. 다른 계열사의 사이트를 이용할 일이 없다고 판단한 이 씨는 롯데닷컴 가입만을 원했지만 업체 규정상 불가능해 결국 가입을 포기해야 했다.이 씨는 "옷 하나 사려고 원치 않는 수십개의 계열사에 내 정보를 넘겨줄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의 경우처럼 기업이 계열사를 통합한 원사이트(패밀리사이트)를 통해 회원 가입을 강요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한 개의 아이디로 계열사 여러 사이트를 약관 동의만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원사이트 가입 불응 시 이용하고자 하는 사이트마저 가입할 수없어 소비자 선택권을 발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통합 아이디를 생성하더라도  계열사 정보 제공 및 약관 동의 등을 체크해야만 최종 가입 처리가 되는 구조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원사이트 회원가입으로 통합 아이디를 생성한다고 해서 회원정보보호를 주관하는 사이트가 개별 계열사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공유하지는 않도록 돼 있다”는 이유로 정보 수집 주체와 목적 등을 고지하고 소비자가 이에 동의했다면 원사이트 운영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숱하게 겪은 소비자들은 과연 업체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지에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수십개 계열사에 잠재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점에도 불안감이 높다.

또한 업체가 고지한 정보 수집 목적에 대해 불합리한 내용을 없는 지 꼼꼼하게 짚어보려 해도 수십개의 약관 내용을 모두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개인정보가 어느곳에 얼마만큼 제공되는지 알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개인정보가 직접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관련 계열 보험사에서 텔레마케팅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지는 현실을 보면 법이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질적으로 정보 수집에 동의를 하지 않고는 회원 가입이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해야 하는 현 시스템에서 소비자들의 동의를 과연 자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 개인정보 이용목적 반드시 동의해야 가입 승인...개별 가입 가능하지만 혜택은 제외

CJ 제휴 브랜드 사이트 이용 시 CJ ONE 통합 아이디 생성을 기준으로 하는 CJ의 제휴 브랜드는 CGV, 뚜레쥬르, 빕스, CJ오쇼핑, CJmall, tving, 헬로모바일, Mnet, 올리브영, CJ온마트, 투썸플레이스, 비비고, 콜드스톤크리머리, 차이나팩토리, 씨푸드오션, 피셔스마켓, 더플레이스, 로코커리, 제일제면소, 빕스 버거, MPub, CJ푸드월드, 더 스테이크 하우스 바이 빕스, CJ THE KITCHEN, CJ E&M, 차이나팩토리 딜라이트, 마이 캐치온, CJ 월디스, CJ에듀케이션즈 나는생각, CJ E&M 공연 예매 서비스, 계절밥상 등 무려 31개에 달한다.

이들 브랜드 중 예외적으로 CJmall만은 개별 사이트 가입이 가능하다. 단 CJ ONE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은 통합 회원들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결국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혜택은 포기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패밀리회원제를 운영하는 롯데의 경우 회원 가입 시 롯데카드, 롯데닷컴,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롯데월드, 롯데제과, 롯데타운, 엘롯데, 롯데마트, 롯데리아, 롯데삼강, 유니클로, 롯데인터넷면세점, 토이저러스, 엔제리너스, 롯데TJB, 푸마, 부산롯데인터넷면세점, 롯데몰 김포공항, 롯데칠성, 롯데멤버스, MUJI, 롯데코엑스면세점, 롯데시네마, 칸타타, 롯데카드 등 무려 25곳의 제휴 사이트와 연계가 돼 있다.

연계로 인한 개인정보 활용에서 특히 보험상품 등 제휴 상품의 텔레마케팅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매우 높다.

롯데 패밀리회원의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목적’을 살펴보면 ‘원활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보험판매, 제휴서비스 등의 양질의 서비스 소개와 기타 정보를 텔레마케팅, 휴대폰문자서비스, 이메일마케팅 서비스로 제공) 등’이라는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업체 측은 ‘부가서비스에 대한 개인정보활용 동의서’에 선택적으로 동의한 회원에 한한다고 설명하지만 쏟아지는 광고 전화를 받다보면 과연 제대로 정보가 관리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남게 된다.

이 밖에도 LG생활건강 (후, 숨, 더베이스샵 등 26개 사이트), 아모레퍼시픽 (헤라 설화수 메디안 송염  20개 사이트), SPC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 10개 사이트), SK플래닛( 네이트 싸이월드 11번가 멜론 등  8개 사이트), 이랜드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NC백화점 등 7개 사이트), 신세계 ( 이마트 신세계닷컴 등  6개 사이트) 등 많은 대기업들이 통합 아이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KT도 최근  하나의 아이디로 계열사  모든 온라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며 ‘올레ID’ 통합 이벤트를 펼치는 등 계열사 아이디를 하나로 통합하는 원사이트 회원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