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순환출자 해소·경영승계 어떻게?…핵심은 '정석기업'

2013-08-09     김종혁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종혁 기자] 9월 정기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금지 등의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대기업 중 처음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선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1일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한진칼홀딩스를 출범시켰다.

대한항공의 지분구조는 최대주주인 한진이 9.69%, 한진칼이 6.76%, 조양호 회장이 6.68%로 종전과 큰 변동이 없다. 대한항공이 보유했던 자사주가 한진칼로 옮겨진 것 외에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이 그대로 유지됐다.

가장 큰 변화는 대한항공이 오너 일가가 다수 지분을 갖고 있는 정석기업 지분을 한진칼에 넘기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빠져나온 점이다. 대한항공은 자사 최대주주인 한진의 지분도 매각해 상호출자도 해소했다. 정석기업의 지분 가운데 48.28%는 한진칼이 신규 취득했고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가 나머지 41.12%를 종전대로 갖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은 대한항공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한진의 최대주주다. 정석기업은 지난 5월 말 대한항공이 매각한 한진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종전 17.98%에서 19.41%로 늘렸다.

한진그룹은 그동안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었지만 대한항공이 정석기업 지분을 처분하면서 이 순환 고리에서 빠진 것이다. 하지만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 출범 이후 2년 안에 그룹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야 한다. 또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을 2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 및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상당량의 지분을 사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목되는 점은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낸 이후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이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지분을 6.68% 갖고 있는 데 비해 자녀들의 지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지분을 9.53%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1일 조현아 부사장과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상무 3남매에게 각기 70만4천주씩 총 211만2천주를 나눠줬다. 이에 따라 조현아 부사장의 지분은 0.11%에서 1.06%로, 조원태 부사장은 0.12%에서 1.06%로, 조현민 상무는 0.11%에서 1.06%로 늘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우 인적분할로 출범한 회사여서 조양호 회장 자녀들의 지분율이 대한항공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정석기업과 싸이버스카이 등의 비상장 계열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의 덩치를 키워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 경제연구소 소속 회계사는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정석기업이나 싸이버스카이 같은 경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며 “오너 일가들이 이같은 회사들의 지분을 늘리면서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간접 보유하는 형태로 경영권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싸이버스카이의 경우 지난해 매출 가운데 83.42%를 그룹 내부 거래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석기업의 내부거래비율은 15.66%였다.

이 회계사는 또 “정석기업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지배하면서 이를 통해 계열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며 이는 SK C&C가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는 것과 같은 형태“라고 말했다. 인적분할 돼 출범한 한진칼에 대한 지분은 대한항공과 같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향후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시나리오가 많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원론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면서도 “대주주 지분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나리오는 한진과 정석기업의 합병 이후 대주주가 합병법인의 지주사와 한진칼을 지배하고 이를 통해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구조를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