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밍 사기 막으려다 백신 프로그램에 돈 뜯겨

2013-09-25     김건우 기자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파밍'(악성코드를 PC에 감염시켜 피싱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신종 사기수법) 피해 방지를 위해 각종 유료 결제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유의사항을 살펴보지 않고 결제했다가 덤터기를 쓸 수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임 모(남)씨 역시 파밍 피해를 예방하려다 오히려 덫에 걸려 든 케이스.

임 씨는 지난 12일 인터넷사이트 사용 도중 등장한 팝업창의 내용을 유심히 살폈다. 금융감독원 보안관련 인증절차 안내와 공인인증서 재설치 여부를 묻는 질문이 주용 내용이었다.

임 씨는 며칠 전 뉴스에서 본 파밍관련 사기 피해 소식을 본 기억이 났다. 금융기관 명의를 도용해 사기성 팝업을 만들어 소비자를 안심시킨 뒤 피싱사이트로 접속시켜 보안카드 번호 및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같은 개인 금융정보를 빼내는 신종 사기수법과 일치했기 때문.

기겁한 임 씨는 인터넷을 끄고 다급한 마음에 유료 백신 프로그램 1개월 이용권을 구입해 설치했다. 다행히 파밍에 속지 않았지만 악성코드가 이미 PC안에 감염됐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

이메일로 날아온 결제 내역을 본 임 씨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그가 구입한 1개월 이용권은 5년 간 매월 5천원씩 지불하는 약정 상품이었던 것. 급한 마음에 깨알같이 적혀있는 단서조항을 눈여겨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 임 씨가 가입한 백신사이트의 결제 화면, 아랫쪽에 깨알같은 작은 글씨로 주의사항이 명시돼 있다.


이후 고객센터에 수차례 전화하고 홈페이지 상담센터에 여러 번 글을 올린 끝에 최초 1개월 이용료만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 해지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임 씨는 "뉴스에서만 봐왔던 파밍을 보고 다급한 마음에 백신부터 설치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며 "주의력이 없었던 나도 잘못했지만 정작 중요한 계약 내용은 깨알같이 적어놓고 고지를 다했다는 업체도 문제 아니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파밍 사기 피해가 우려돼 인터넷 보안을 강화하려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무료 제공하는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한국인터넷 진흥원 '보호나라'에서 파밍에 감염된 PC를 치료할 수 있고 이같은 치료 절차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국번없이 118)에서 직접 안내를 받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파밍 사기가 의심된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 '보호나라'에서 직접 악성코드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평상시에도 악성코드예방을 위해 검증된 백신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최신화시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