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짠물 경영'에도 이자보상배율은 30대 그룹 평균 미달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미경 기자]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롯데그룹 12개 계열사의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은 5.3배로 전년 동기 5.0배에 비해 소폭 개선됐지만, 30대 그룹 평균치인 6.4배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 12개 계열사의 이자보상배율은 5.3배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5배에 비해 0.3배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12개사의 올 상반기 총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4.7% 늘고 총 이자비용이 1.1% 줄어든 게 부채감당 능력을 개선시켰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자보상배율은 500대 기업 평균치인 5배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30대 그룹 평균치인 6.4배에 비해서는 1.4배포인트나 낮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1.5배 이상이면 이자지급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일 때는 갚아야 할 이자비용보다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더 적어 이자지급 능력에 문제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짠물 경영'으로 소문난 롯데그룹의 이자보상배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지난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이자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12개 계열사 전체 이자비용의 43.8%를 차지한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 인수효과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7천590억 원)이 4.7% 증가했음에도 이자비용(1천248억 원)이 32.9%나 증가해 이를 상쇄했다. 지난해 말 롯데하이마트를 1조2천481억 원에 인수하며 8천억 원을 차입금에 의존해 이자비용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당시 국제 신용평사인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하향 조정했으며 지난 8월에는 “롯데쇼핑이 앞으로 1분기~2분기 내 차입금을 줄이지 않으면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추가적인 하향 가능성도 내비쳤다.
롯데쇼핑을 제외한 11개 계열사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상반기 3.7배에서 올해 상반기 4.6배로 0.9배 포인트 상승했다. 롯데쇼핑을 빼면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지지만, 상승폭은 훨씬 커진다.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낮은 곳은 롯데알미늄(대표 김치현)으로 올해 상반기 1.2배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0.5배포인트 악화된 수치이며, 12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안정권인 1.5배에 못 미쳤다. 이는 알미늄박 해외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39.9%나 감소해 이자비용(64억 원)을 16.5%나 줄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정보통신(대표 오경수)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0.2배포인트 개선된 1.9배를 기록해 안정권에는 들었지만, 그룹에서는 두 번째로 이자보상배율이 낮았다.
세번 째로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곳은 롯데건설(대표 박창규)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5배포인트 개선된 2.1배를 기록했다. 이는 그룹계열사들 중에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조사대상 건설사 25개 업체의 같은 기간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1배인 것보다는 1.1배포인트 높아 동종업계와 비교해서는 상당히 양호한 수치다. 롯데건설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979억 원)이 16.5%이나 개선한 반면 이자비용(463억 원)은 11,8% 줄여 수익은 높이고 비용은 줄였다.
이어 코리아세븐(대표 소진세)이 3.5배, 롯데케미칼(허수영)이 4.4배, 롯데제과(대표 김용수)가 5.8배, 롯데쇼핑이(대표 신헌) 6.1배, 롯데하이마트(대표 한병희)가 6.2배로 30대그룹 평균치보다 낮았다.
이에 비해 롯데칠성음료(대표 이재혁)는 7.4배, 호텔롯데(대표 송용덕)는 9.5배, 롯데로지스틱스(대표 이재혁)는 11.1배, 롯데푸드(대표 이영호)는 11.2배로 30대그룹 평균치보다 높았다.
계열사 대부분이 30대 그룹 평균치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12개사 중 9개사가 이자보상배율을 개선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그룹전체가 심각한 부진을 겪자 올 초 비용절감을 강하게 주문한 덕분이다.
신 총괄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위기가 상시화된 불확실한 시장에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자 관리를 통해 내실경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계열사들에게 비용절감을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