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담철곤·이화경 주식 30% 담보 잡혀…동양 지원 애당초 불가능

2013-09-25     이경주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동서지간인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했지만, 내막을 들여보면 애당초 지원 여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담철곤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오리온 지분 30% 가량이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라, 동양그룹이 원하는 규모의 보증을 서주면 나머지 지분 70%를 모두 담보로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담철곤 회장과 아내인 이화경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4명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은 169만9천168주이고, 이 중 29.7%인 50만5천500주가 담보로 잡혀 있는 주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은 이 부회장이 14.49%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남편인 담 회장이 12.91%, 자녀인 경선씨와 서원씨가 각각 0.53%를 갖고 있어, 오너일가 지분이 총 28.46%다.


담철곤 회장 일가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이 부회장은 보유주식 86만5천204주 중 20.8%인 18만 주를 담보로 잡힌 상태이고, 담 회장도 보유주식 77만626주 중 34.4%가 담보주식이다.


자녀인 경선 씨와 서원 씨는 보유주식 3만1천669주 중 담보주식이 각각 94.7%, 96.3%나 됐다.
 
담보주식을 제외한 오너 일가의 오리온 주식자산 가치는 23일 종가기준으로 이 부회장이 6천612억 원, 담 회장이 4천879억 원, 경선씨와 서원씨가 각각 16억, 11억 원으로, 그 합계가 1조1천518억 원이다.
 
공교롭게도 이 금액은 동양그룹 측이 요청한 담보금액과 비슷한 규모다.

동양그룹은 앞서 계열사가 발행한 CP 1조1천억 원 상환을 위해 오리온 대주주인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 지분 15∼20%를 담보로 5천억∼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계획을 마련하고 담 회장 부부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오리온 지분 15%는 89만5천398주이며, 23일 종가기준으로 8천641억원에 이른다. 지분 20%는 119만3천863주로 그 가치가 1조1천521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최대 20%를 지원할 경우 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오리온 주식 전부를 담보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오리온은 오너일가의 주식을 이용한 추가 자금마련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동양그룹이 위기에 빠질 경우 오너 일가의 경영권마저 위협을 받는 사태에 빠질 수 있다.
 
담 회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동양그룹에서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어떤 결정이 최선일지 고민했다.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테지만 동양그룹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면에는 주식자산을 담보로 전부 털어 넣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담철곤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 사위이며 첫째 사위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는 동서지간이다.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은 친자매 사이다.


한 증권사관계자는 “개인지분이라 할지라도 한참 중국에서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담 회장 일가가 담보 받지 않은 주식 전부를 동양그룹에 담보로 내주는 것은 성장성을 꺾고 장기적인 불안요소를 만드는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를 걸면서까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주주들에게도 부담을 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오너일가가 담보받지 않은 주식을 모두 지원한다 해도 동양그룹이 회생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불확실성도 담 회장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의 총 여신규모는 3조원에 이른다. 오리온의 도움으로 내년 2월까지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는 1조1천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막더라도 나머지 부채를 여전히 상환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사채 신용등급 하락과 계열사 매각 부진 등으로 인해 자구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기만 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1일 동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부정적검토)에서 B+(부정적검토)로 강등했으며 동양증권의 회사채 등급도 A에서 A-로,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각각 B에서 B-로 내렸다.
 
한국국기업평가는 동양그룹의 계열사 매각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매각계획이 여러 차례의 변경 끝에 여전히 계획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10 월 이후 계열의 유동성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