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법정관리로 공중분해 위기…돌파구 있나?

2013-10-01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결국 핵심 계열사인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워크 등 4곳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룹이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현재현 동양 회장 가족의 승계 파이프 라인으로 꼽히던 동양네트웍스마저 법정관리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룹의 존폐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 회사는 14개의 연결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미니그룹'이다.

동양그룹은 크게 제조, 서비스, 금융업으로 사업부문이 나뉘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들은 제조와 서비스업종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 축이다. 그 영향으로 다른 주요 계열사마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동양그룹은 과중한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부딪히자 지난달 30일자로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주)동양을 비롯해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장 지난달 30일 만기가 돌아온 1천7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으로부터 자금지원이 불발되면서 마지막 카드였던 6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하지 못했고, 동양매직 매각마저 불발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1천200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이 실패로 돌아간 탓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CP 및 회사채는 1조1천억 원에 달한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려면 1조4천억 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양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서 디폴트(D)까지 줄줄이 추락했다. 

당장 이달에만 상환해야 할 자금이 5천억 원 이상인데 관련 법 개정에 따라 10월24일부터는 그룹 계열사를 통한 부실채권(투기등급 등) 투자권유가 전면 금지된다. 10월에 유독 회사채 및 CP 상환이 몰려있는 동양그룹으로선 더이상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졌다.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앞으로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경영정상화에 나설지, 아니면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동양그룹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당장 파산은 면했지만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상실해 일부 계열사만으로 그룹 명맥을 유지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동양그룹은 현 회장에서 동양레저, (주)동양으로 이어지는 축과 동양레저에서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증권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당수 계열사에 대해 더 이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알짜 계열사인 동양증권은 문제의 동양인터내셔널(지분율 19.01%)과 동양레저(14.76%)가 1~2대 주주로 있어 법정관리의 후유증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의 뿌리인 동양시멘트도 워크아웃설에 휩싸였다. 현재현 회장과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네트웍스마저 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시멘트는 최대주주가 (주)동양(55%)으로 내년까지 3천억 원 가량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동양과 동양시멘트는 업황침체로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동양시멘트는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이 1957년 설립한 동양시멘트공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상징성이 있어 향후 경영권이 어떻게 정리될 지 주목된다.

동양네트웍스의 경우 1조2천억 원의 회사채 중 2천300억 원을 연내 상환해야 한다. 비교적 신생회사로 그동안 자본확충에 열을 올렸지만, 최근 그룹의 위기상황에서 적잖은 자금이 유출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네트웍스는 최근 3년간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동양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급성장한 시스템통합(SI)업체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결된 회사가 6곳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게임회사인 동양온라인 41.5%를 취득하는 등 계열사를 8곳이나 늘려 종속회사가 14곳으로 불어났다.

그룹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한창이어야 할 시점에서 계열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생뚱맞게 게임사 지분을 취득하는 등 오너의 사재출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릴 때 고 서남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오리온 보유지분 2.66%를 무상으로 빌려 1천656억 원의 현금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 돈을 1년 가까이 팔리지 않았던 동양레저의 골프장 부지와 동양그룹연수원, 그리고 동양의 동양온라인 주식 매입 등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동양네트웍스는 현 회장 일가가 지분 65.75%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장남 승담씨가 지난 6월부터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현 회장 일가의 자산승계 창구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과학, 동양인터랙티브, 메디원, 금진바이오테크, 동양티에스, 동양온라인, 타이젬 등이 연결돼 있다.

 

주력 계열사가 한꺼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동양그룹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동양생명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에 넘기고, 동양레미콘과 동양매직 등 간판기업도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양파워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돈이 될만한 것은 모두 팔려고 내놓은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주)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의 경우 은행 여신보다 CP나 회사채가 많아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 법정관리 개시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회생을 도모하기 위해 당분간 현 회장의 경영권이 어느 정도 보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이 일부 계열사를 지켜낸다고 해도 58개 계열사(해외26개사 포함)를 거느리던 동양그룹의 사세는 크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