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경영은 '깐깐하게' 공헌은 '넉넉하게'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하이트진로 김인규 사장이 회사 경영에선 지독한 구두쇠 노릇을 하면서 사회공헌에선 넉넉한 인심을 발휘해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경영에서는 철저한 비용관리를 통해 불황 속에서도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는 한편, 봉사활동은 손수 챙기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김 사장은 경기침체로 인해 식품업체들이 올 상반기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린 것과는 달리,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증가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 상반기 매출이 9천13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8% 줄었지만, 영업이익 911억 원으로 1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기준 상위 28개 식음료업체가 같은 기간 매출을 4.4%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18.2%나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린 것과 대조된다.
하이트진로가 매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하반기 소주와 맥주가격을 인상한 효과도 있지만, 김 사장이 주도한 전사적 비용절감노력 덕분이다.
다른 식품업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대부분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위 28개사 중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식품업체가 16개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수학과 출신인 김 사장이 철저한 비용관리를 통해 불황에 대비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 사장(사진)은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2007년 상무보로 승진했으며 2011년 4월 사장에 선임됐다가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하면서 그해 9월 하이트진로 영업총괄 사장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는 관리총괄 사장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총괄사장 취임 후 수학과 출신답게 모든 경영상황을 수치화한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불필요한 손실을 분명히 드러나게 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2월부터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구축한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영업사원들이 영업일선에서 조사한 주간, 월간단위 수요를 전산시스템에 올리면 바로 생산 뿐 아니라 원재료 주문 물량에 반영돼 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전에는 수요조사가 즉각적으로 반영이 안된 탓에 재고가 쌓여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현장에서 무리한 영업이 이뤄지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SCM체제 도입으로 정확한 수요예측이 가능해서 비용절감효과 및 시장대응 속도가 빨라졌다”며 “나아가 브랜드경쟁력 및 가치가 상승되고 추후 매출이나 수익률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하이트맥주 사장시절인 2011년에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경기침체로 타 식품업체들이 수익성이 뒷걸음 치는 상황에서 하이트진로만 역주행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칼 같은 경영스타일과는 대조적으로 김 사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아끼지 않는 ‘착한’ CEO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주류업계 최초로 사회공헌팀 BI(Brand Identity)를 만들어 본격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알렸으며, 회사에서 주최한 사회공헌활동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은 김 사장의 행보가 단순 보여주기식 ‘선심’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사회공헌팀 관계자는 지난 5월 어버이날에 열린 독거장애노인을 위한 휠체어 기증 행사를 예로 들며, 사진만 찍고 갈 수도 있을 법한데 김 사장은 노인들의 상황을 직접 살피고 지원을 지속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이후에는 이를 매달 점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 동안 각종 사회공헌행사에 김 사장이 빠지지 않고 참석해 직원들에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남양유업사태로 대한민국이 갑-을 논란에 휩쌓여 대기업들이 부랴부랴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하며 이미지 제고에 열을 올린 것과 달리,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맥주공장 설립 80주년을 맞아 올해를 사회공헌경영 원년'으로 선포하고 5년 내 영업이익의 5%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맥주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 행사가 ‘사회공헌 행사’로 바뀐 것도 김 사장의 의지가 컸다는 전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김 사장은 하이트진로가 서민들의 사랑으로 커온 기업이기 때문에 마땅히 이에 대해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맥주공장 설립 80주년 행사도 기부행사로 가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 사장이 사회공헌활동에 의지가 강하다보니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어 직원들간 결속력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