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5년 새 연평균 18%씩 성장…포스코 위협?
2013-10-02 김건우 기자
현대제철(대표 박승하, 우유철)은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가 주력하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용 철강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두 회사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매출이 연 평균 18.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7조3천828억 원이었던 연간 매출이 지난해 14조1천464억 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해 연 평균 20%에 육박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고로 1기가 완공된 201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10조2천355억 원을 기록했고, 그해 11월 2기 고로가 준공되면서 2011년 매출은 15조2천595억 원으로 49%나 급증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경기침체와 철강 가격 하락이 맞물려 실적이 저하됐다. 지난해 매출은 2기 고로 준공이후 가장 낮은 14조1천464억 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역시 침체가 이어지면서 13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3기 고로 준공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 효과가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돼 개선을 나타낼 전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생산능력 증대에 따라 매출은 10% 정도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단 고로설비에서 이어지는 1후판설비가 1분기 증설이후 2분기부터 본격 가동되고, 철강 가격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목했다.
현대제철은 3기 고로에서 연간 1천20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해 자동차용강판 생산에 쓰이는 열연강판 880~890만 톤, 조선용 후판 300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대부분 현대차그룹 내에서 소화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고로 1기 가동 원년인 2010년 현대제철의 열연·후판 점유율은 10.1%를 기록했고, 2기 가동이 본격화 된 2011년에는 17.5%로 확대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0.7% 포인트 오른 18.2%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점유율은 18.4%로 고로 3기 효과가 나타나는 2014년에는 20%대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생산을 위한 소재로 쓰이는 열연강판을 생산해 이 중 65%는 같은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대표 신성재)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후판의 경우 범(凡) 현대가인 현대중공업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연간 300만 톤에 달하는 생산물량에 대한 공급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절반 이상을 범현대가에 공급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3기 고로 건설로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그룹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며 “현대제철은 그룹 수요를 기반으로 국내 점유율을 보다 높일 전망이며 매출과 함께 계열사간 시너지로 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제철의 점유율 확대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업계 1위인 포스코다. 포스코 역시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을 중심으로 철강재를 생산,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 수요처이자 안정적인 이익 보장이 가능한 현대·기아차 매출이 현대제철로 상당량 돌아갔고, 내년에는 그 추세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분야에서는 포스코는 물론 국내 2위 후판생산업체인 동국제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포스코의 경우 철강재 내수가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수출 비중이 지난해 41.7%까지 올랐다. 2008년71.2%에 달했던 내수 비중은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도 있었지만, 내수에서는 현대제철의 고로 건설에 따라 자동차용 열연 및 조선용 후판 시장이 확대된 것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당시 71.2%에 달하던 내수 비중은 현대제철 고로가 신규 가동된 2010년 64.8%로 떨어진 이후 올 상반기까지 58.2%까지 줄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공급하던 물량은 현대제철 고로 2기가 완성되면서 이미 많은 양이 넘어갔다"며 "고급제품을 중심으로 자동차강판이나 조선에 쓰이는 후판을 일부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현대제철은 이미 자동차용강판 강종 개발을 대부분 완료한 상태"라며 "3기 고로까지 증설하면서 앞으로 포스코가 일부 공급하는 고급제품과 일본 JFE 등에서 수입되는 물량을 대체해 국내 공급량을 보다 확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후판의 경우 공급과잉에 조선업황도 좋지 않다"며 "그룹 수요를 확보한 현대제철의 생산량 증가로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해외 수출이 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