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건 부회장, 8년 연속 흑자행진…화장품 성장둔화가 '고민'

2013-10-14     조윤주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60)은 지난 2005년 1월 사장 취임 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8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차 부회장은 특히 재임 기간 중 34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늘리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화장품사업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3조8천962억 원, 영업이익은  4천455억 원으로 차석용  부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2005년에 비해 매출은 274.9%, 영업이익은 521.5%나 증가했다.
 
차 부회장은 8년 연속으로 영업흑자를 냈을 뿐 아니라, 2005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무려 34분기에 걸쳐 매 분기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기록행진을 벌이고 있다.


매출 역시 취임 직후인 2005년 1, 2분기를 제외하고 32분기 동안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 중이다. 차 부회장 취임기간 동안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 등 두 차례 대형경제위기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른 경영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적을 낸 셈이다.
 
단순히 덩치만 키운 게 아니라 수익성마저 개선해 차 부회장이 경영을 맡기 전인 2004년 5.7%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1.4%로 상승했다.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주가는 더 크게 뛰었다. 2005년 1월 3일 2만8천원에 불과했던 LG생활건강 주가는 지난 10일 52만원으로 장을 마감해 무려 18.5배나 올랐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의 비결은 차 부회장이 취임 후 공격적으로 주도한 M&A의 성공에 있다. 차 부회장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 지난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이며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사업으로 3각 체제를 만들었다.
 
이어 2009년에는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에는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에는 해태음료, 2012년에는 바이올렛드림 화장품 사업과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 2013년에는 일본 건강기능식품 업체 에버라이프를 인수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더욱 보강했다.
 
차 부회장은 과감한 M&A를 통해 3개 사업부분이 각기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서로의 사업을 보완하게 했다. 여름에 약한 화장품사업과 여름이 성수기인 음료사업이 서로의 계절 리스크를 상쇄하게 해 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한 것이다.


차 부회장(사진)은 "바다에서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에 좋은 어장이 형성되듯 서로 다른 사업 간의 교차지점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된다"며 "기존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 사이에는 교차점이 한 개뿐이지만 음료 사업의 추가로 교차점이 세 개로 늘어나면서 회사 전체에 활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인수한 사업체들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지난해 경기침체 시기에도 호실적을 거두며 톡톡히 제 역할을 해냈다.


코카콜라음료는 차 부회장이 인수한 2007년 매출은 4천615억 원에 불과하고 영업이익은 74억 원 적자였지만 1년 뒤 세계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15.9% 늘고, 영업이익은 378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후에도 한 차례도 뒷걸음치지 않고 매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 지난해 매출은 인수 당시의 2배를 넘는 9천628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904억 원이나 냈다.


저가 화장품군을 보강하기 위해 인수한 더페이샵도 유럽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에도 지난해 매출(4천066억)은 전년에 비해 24.9%나 늘고 영업이익(741억 원)은 41.1%나 늘었다.


차 부회장은 M&A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수천 쪽에 이르는 영문 서류를 꼼꼼히 챙기는 등 본인이 일일이 실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카콜라음료·더페이스샵 인수 모두 별도로 전담팀을 만들지 않고 차 부회장이 직접 주도했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차 부회장의 '성공신화'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주력 사업인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분 매출증가율은 한류열풍으로 인한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수요의 증가로 2011년 14.8%를 기록한 것에 이어 2012년 20.5%로 크게 증가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10.4%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증가율도 2011년 16.9%에서 2012년 25.3%로 크게 치솟았지만 올해 상반기는 11.2%로 지난해 증가율에 비해 반에도 못미쳤다.


김민아 대우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지금까지 화장품 부문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 생활용품 부문에서의 프리미엄화로 인한 평균판매단가 증가, 음료의 신제품 출시와 유통망 통합 등을 통해 놀랄 만한 성장을 보여 줬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LG생활건강에 대해 화장품 시장의 정체와 생활용품 시장의 침체, 해외 영업 성장에 대한 걱정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화장품 시장은 여전히 저가 화장품 부문이 강세를 보이면서 성장하고 있지만 프로모션의 과다로 인해 저가 화장품 업체들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녹록치 않은 상황 때문에 차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차부회장은 지난 7월 임직원이 분기별로 모이는 컴퍼니미팅에서 "전 세계적인 불황과 엔저 현상, 유통업계의 '갑을논란' 확산 등 회사 경영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시련이 많다"며 "앞으로 5년 동안 지속될 경기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미국 뉴욕주립대(회계학)와 코넬대 경영대학원(MBA)를 졸업하고 1985년 미국 P&G본사에 입사해 일찌감치 국제감각과 글로벌경영능력을 쌓았다. 이후 1999년 한국 P&G사장, 2001년 해태제과 사장을 거치고 2005년 1월부터 LG생활건강 사장에 취임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