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화장품 '무료 샘플'에 낚이면 이런 낭패
시골 거주하는 고령자 대상으로 무작위 배송한 뒤 느닷없이 거액 요금 청구
# '샘플' 미끼로 보낸 화장품, 알고보니 정품만 배송
경남 창원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8월 신제품 홍보행사라며 “화장품 샘플을 공짜로 보내 줄 테니 써보라”는 전화를 받고 주소를 알려줬다. 얼마 후 택배로 받은 상자에는 화장품이 하나 들어 있었다. 샘플이라고 생각해 개봉하려던 이 씨 눈에 전단지 맨 하단 깨알 글씨가 눈에 띄었다. 작은 글씨로 ‘정품 뚜껑은 구입 전 개봉하면 반품이 불가하니 체험분만 사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또 정품 130mL 권장소비가격은 59만8천원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정품하나만 보내고 샘플로 착각해 사용을 유도하는 술수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업체로부터 “정품을 사용했으면 25만원을 내라”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전단지를 읽고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이었던 이 씨가 개봉하지 않았으니 반품하겠다고 말하자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업체 주소도 불분명해서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김 씨는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니 얼마 후 요금 청구서를 보내고 이후에 줄기차게 요금청구하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하더라. 압류 어쩌구 하면서 겁박을 한다는 데 어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기막혀했다.
# “장어복분자 샘플 무료로 드세요”...건강보조식품 강매
광주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4월 한 업체에서 연락을 받았다. 장어복분자 샘플을 보내 줄 테니 마셔보고 괜찮으면 구매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저 샘플시식이라고 생각해 흔쾌히 주소를 불러줬는데 받은 택배 상자 안에는 샘플 2개와 상품 한 박스가 있었다. 동봉된 ‘1+1 고객사은대잔치’라고 적힌 안내문에는 ‘본 제품은 시음용(2팩)만 꺼내서 드시고 2~3일 후 전화통화시 구매 정하면 된다’고 쓰여 있었다. 가격은 무려 29만8천원. 해당 업체는 인터넷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고 전단지에 적힌 전화는 수신이 거부돼 있었다. 혹시 몰라 ‘장어복분자’라고 검색하니 비슷한 피해사례들이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며칠 후 요금 청구서를 받게 된 박 씨는 “구입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물건을 보내놓고 연락 두절이다. 연락이 안되니 어떻게 구매취소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료 샘플’에 낚여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을 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샘플을 공짜로 보내준다”, "출시 전 소비자 평가를 받기 위해 샘플을 무료 지급한다"는 등의 말로 현혹해 일방적으로 완제품 정품을 보낸 뒤 수십만원을 청구하는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 들어 접수된 피해건수만 46건을 넘어섰다.
특히 고령자들이 많은 시골지역 거주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제품을 보낸 후 며칠 수 요금청구서를 덜렁 보내는 식의 악질적인 영업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렇다보니 피해 소비자들이 적절한 대응법을 몰라 시간만 흘려보내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자녀나 지인들이 수습을 해보지만 이미 청약철회 기간이 지나버려 민원 처리도 쉽지 않다.
우선 뜻하지 않은 제품이 배송됐다면 되도록 빨리 청약철회를 신청해야 한다.
전화권유판매의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계약서나 상품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계약서 미교부, 착신 금지 전화 등으로 판매자의 주소를 알 수 없을 땐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14일 이내에 구매 취소가 가능하다.
청약철회는 추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법적인 분쟁을 대비해 반드시 서면(내용증명)으로 해야 한다. 또 해당 업체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판매업자 관할 시,군,구청의 방문판매업 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위법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무료 샘플을 준다’는 말을 믿고 주소 등 개인정보를 함부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며 “원치 않은 물품을 받은 경우 제품을 개봉했더라도 물품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구입 취소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