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없어 수리못해"...정비소에 발 묶인 자동차들

수리기한 없어 무한정 기다려야...공정위 "보완책 검토중"

2013-11-14     김건우 기자

#현대차 그랜저 TG를 6년 째 타고 있던 박 모(남)씨는 오래전부터 차량 시동 시 키가 'LOCK' 위치까지 돌아가지 않아 차량 사용시 항상 애를 먹고 있었다. 결국 찾아간 AS센터에선 키박스 불량으로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려 차를 맡겼다. 하지만 전국 AS센터에 해당 모델 키박스 재고가 없었고 부품 수급마저 지연돼 최대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키가 돌아가지 않아 운행은 가능하지만 배터리 소모가 커서 차량 방전까지 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제조사 측을 이해할 수 없었다.

#폭스바겐 제타 1.6TDI를 타는 양 모(남)씨는 얼마 전 스마트키를 분실해 AS센터에 차량을 맡겼다. AS센터 측은 최대 3주 이전에 키 제작이 완료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본래 싱가포르에서 키를 제작하지만 자재가 없어 독일 본사에서 진행해야 해 언제쯤 키가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만 전달해왔다. 이에 대한 불만접수 및 진행상황도 양 씨가 먼저 묻기전에 대답조차 하지 않아 결국 불만을 터뜨린 그는 판매할 때와 달리 판매사의 사후 관리가 무책임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품이 없어 자동차 수리가 지연되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보상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센터 및 정비소에서 안내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정작 부품이 없어 차량 수리가 이뤄지지 않는 피해가 빈번한데도 소비자들은 속 태우며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피해 보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동차 업체 측은 보상과 관련한 별다른 내부 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소비자 피해 구제 가이드라인인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완성차 업체들의 부품 수급 지연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수리 지연으로 억울함과 피해를 당해도 소비자로서는 하소연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소리다.


◆ 부품 수급 지연돼도 보상기준 없어…수입차 AS지연 사례 특히 많아


대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 조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리 지연에 대한 규정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소비자의 수리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부품을 그때 그때 조달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일부 주요 부품들은 현장에 비축하고 있지만 공간제약 등의 문제로 모든 부품을 다 보유할 수 없는 탓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일부 업체들의 경우 처음 약속했던 수리 기간이 지연되면 동급 차량을 대여 해주는 보상안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홍보 부족으로 이를 아는 소비자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소비자분생해결기준 역시 부품 수급 지연으로 수리기간이 늘어난 데 따른 보상기준을 갖추지 않고 있다.


현재로써는 소비자가 부품이 없다는 회사 측의 말에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수입차의 경우 부품 수급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고장 빈도가 높지 않은 부품이라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의 경우 찾는 빈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100%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수리 지연에 대한 보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할 때 부품 조달 지연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