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주의보]'악덕'소비자 대량 생산시대?

2013-11-12     김미경 기자

최근 남양유업 분유의 박제 개구리가 제조 공정에서 유입될 수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블랙컨슈머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물론 이번 사안은 당초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가 개구리를 일부러 넣었다거나 하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고 결국 사안의 자초지종은 미궁으로 남게 됐다. 문제는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여서 남양유업의 타격은 피할 수없는 처지가 된 것


식품 소비자와 업체간 블랙컨슈머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얼마전 인터넷에 '동물털(쥐털)육포'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고 업체 측은 '1억원의 보상을 요구한 뒤 들어주지 않자 협박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SNS, 포털등 인터넷이 가진 위력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소비자와 업체간 다툼의 양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고 끌려다니던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소비자, 관련기관, 언론 등과 연대하며 함께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힘이 커지면 그 힘을 남용하는 이들이 있게 마련. 기업의 약점을 잡아 한 몫 챙겨보려는 '블랙컨슈머'들이 그들이다.


반대로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피해를 받은 기업들은 공동전선을 펼치기도 한다. 최근 식품업계 전자업계등 업종별로 관계자들이 모여 '블랙컨슈머'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빈번해지고 있다.


문제는 관련업계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하소연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데 있다. 상황파악보다 블랙컨슈머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분석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해법도 겉돌기 일쑤다.


'블랙컨슈머'는 크게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악덕 소비자'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민감한 소비자' 두 부류로 나뉜다.


그러나 그 경계가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민감한 소비자가 악덕 소비자로 바뀌는 것도 일순간이다. 프로세스상 문제가 없다며 무조건 소비자과실로 몰아가는 것, 정당한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퉁명스럽게
소통하는 것 등은 '민감한 소비자'뿐만 아니라 '선량한 소비자'까지 '악덕 소비자'로 변모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적은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도 '악덕 소비자'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생각보다 많은 '악덕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대응 미숙으로 만들어진다.


원인을 알면 해법도 쉬울 수있다. 무엇보다 원칙적이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 뻔한 대답일 수도 있으나 실제론 잘 되지 않는게 문제다.


조용한 소비자의 불만엔 건성으로 상대하다가 목소리가 큰 사람에겐 웬만한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혹은 불만을 처리하는 고객센터 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블랙컨슈머'로 스스로를 바꿔나갈 것이다.


소비자를 대하는 직원들에게 민원 응대와 관련한 체계적인 법률지식을 습득시키고, 임기응변식이 아닌 정확한 프로세스에 따라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만한 수준의 대처와 보상을 한다면 대부분의 '선량한 소비자'는 물론 '민감한 소비자'까지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