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에너지효율 등급 뒤죽박죽..소비자 혼란

등급 강화조치로 1~2단계 강등됐지만 예전 등급으로 광고하며 현혹

2013-11-15     김건우 기자

전력난으로 가전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에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등급 표시가 뒤죽박죽이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TV 홈쇼핑에서 제품을 구입하며 확인했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과 배송된 제품에 부착된 등급 표시가 달라진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은 제품 용량 대비 에너지사용량을 가늠할 수 있어 제품 구입 시 가격 다음으로 구매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하지만 구입 당시와 실제 배송 받은 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표시가 달라 혼란이 생기고 있다.

특히 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온라인 구매자들이 주된 피해 대상.


이같은 혼란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해 11월 가정용 세탁기, 냉장고, TV 등 6개 주요 가전제품군에 대한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강화 내용이 담긴 '효율관리 기자재 운용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기존 가전제품의 등급이 모두 변경됐기 때문이다.

강화된 규정으로 기존에 출시된 대부분의 가전제품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이 1~2단계 하락했지만 판매업체들이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변경전 등급으로 광고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또 각 제조사에서 올들어  새로운 기준에 맞는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종전 기준 제품과 혼동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례1. 구입할 땐 1등급 전기밥솥, 받고보니 3등급?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 사는 홍 모(여)씨는 지난 2월 중순 인터넷 쇼핑몰에서 약 40만원에 쿠첸 압력밥솥 1대를 주문했다.

밥솥 특성 상 하루 중 대부분을 켜야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문제가 민감한 부분이었는데 제품 설명란에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1등급이 적혀 있어 안심했다고.

하지만 3일 뒤 받은 실제 제품엔 광고내용과 달리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이 3등급으로 표기돼있었다. 구입 당시 1등급이었던 제품이 3일 만에 무려 등급이 2단계나 내려간 것이었다.

황당한 홍 씨는 바로 판매업체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상품페이지 공지사항 상단에 변경 내용을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 하지만 구입 당시 공지사항엔 에너지 소비효율 변경 관련 공지는 없었다는 것이 홍 씨의 주장이었다.

그는 "해당 업자는 이후에도 자신은 충분한 공지를 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면서 "밥솥을 구입하는 주부들 입장에선 등급 한 단계 오르내리는 것이 매우 민감한데 무려 두 단계나 내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답답해했다.

#사례2. TV 홈쇼핑 생방송과 다시보기(VOD)의 등급이 서로 달라?

전남 목포시 용해동에 사는 허 모(여)씨는 지난 8월 말 홈쇼핑 채널에서 약 100만원에 양문형 냉장고를 구입했다.

하루 종일 가동해야하는 냉장고이기에 전기요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가장 적은 전기요금이 나오는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1등급 제품을 골랐다고.

하지만 일주일 뒤 배송된 냉장고엔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3등급'이 떡 하니 붙어 있었다. 당황한  허 씨가 다시보기(VOD)로 구입 당시 방송을 돌려봤지만 마찬가지로 쇼호스트가 1등급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반면 홈쇼핑 업체 측은 허 씨가 등급 변경 전이었던 12월 방송분을 보고 구입한 것 같다며 최근 생방송에선 변경된 등급이 적용돼 정상적으로 3등급으로 기재된 채 방송이 나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방송 캡쳐 사진과 생방송 당시 구입했다는 시각과 날짜가 적혀있는 영수증까지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는 허 씨는 억울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제품 자체엔 하자가 없어 교환 및 환불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홈쇼핑 측의 주장.

그는 "가장 기본적인 제품 사양조차 사실과 다르게 광고를 하는 업체가 황당할 따름이다"면서 "해당 영상을 다시 돌려보자니 홈페이지엔 이미 삭제됐고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고 호소했다.

◆ 오픈마켓 등 온라인몰, 홈쇼핑은 사각지대

작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강화가 이루어진 이후 올 1월부터 7월까지 일부 제품에 대한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이 1~2단계  하락했다. 기존 1등급 제품이 무려 91%에 달했던 TV는 7월 개정안에 따라 1등급 비중이 5%로, 61%였던 김치냉장고는 6%로 대폭 떨어졌다.


▲ 올해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일부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변경이 이뤄졌다.


하지만 등급 구분 기준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제품의 소비전력은 변하지 않아 에너지 사용량은 같다. 각 제조사에서도 올 초 등급 변경에 앞서 각 대리점과 홈페이지에 여러차례 공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제조사  직영대리점이나 대형 할인매장 등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에너지 등급표시가 있는 제품 라벨이 대부분 교체됐지만  온라인몰 제품은 아직까지 이전 소비효율등급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


온라인몰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예전이나 똑같은데 2등급이나 3등급으로 표기할 경우  판매가 거의 어려워 예전등급으로 그대로 광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재고품을 판매해 이전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일일이 찾아가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해 했다.


이같은 허위 광고에대한 처벌기준은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쇼핑몰 사업자가 제품 표시항목을 잘못 기재하거나 빼먹었더라도 시정조치 혹은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몰에서 광고한 내용만 믿지 말고 각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소비효율등급 및 사양 등을 확인해야 이같은 피해를 막을 수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