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선포' 필리핀 여행상품 취소하면 위약금은?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사는 양 모(여) 씨는 지난달 중순 소셜커머스를 통해 이달 20일 출발해 24일 돌아오는 보라카이 패키지여행상품을 62만 원(유류할증료 별도)에 구입하고 유류할증료 약 14만 원과 함께 경비 전액을 결제했다. 들뜬 마음으로 여행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중 필리핀에 초대형 태풍 ‘하이옌(Haiyan)’이 상륙해 강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자 양 씨는 업체 측으로 여행상품을 취소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여행사 측은 출발 당일 비행기가 결항하지 않는 이상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답답한 양 씨가 “길거리마다 시체들로 가득하고 시체들의 부패로 인한 전염병도 퍼지고 있다”고 항의했으나 “예방주사를 맞고 출발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양 씨는 “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해주지 않고 위약금을 내야 여행취소가 가능하다는 말만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슈퍼 태풍이 강타한 필리핀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안전위협으로 인해 여행일정을 변경하고 싶지만 여행사나 항공사 측은 무리한 진행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 민원의 주된 내용이다.
필리핀 지역으로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할까?
태풍 피해로 인해 여행 취소 시 위약금 여부는 외교부의 여행경보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외교부는 해외 각 국의 치안상황, 테러, 납치, 자연재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 위험 수준에 따라 여행유의, 여행자제, 여행제한, 여행금지 등 1~4단계의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이중 여행지역이 3단계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되면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재 필리핀 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여행경보가 조정되지는 않았다.
수빅 시, 보라카이 섬, 보홀 섬, 세부막탄섬(라푸라푸시)은 1단계, 민다나오 섬(다바오/카가얀데오로 시 제외), 팔라완섬 푸에르토프린세사시 이남 지역은 3단계, 그 외 지역은 2단계 여행경보가 발령 중이다.
결국 보라카이로 여행을 계획 중인 양 씨의 경우 여행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취소 일자에 따라 % 달리 적용)을 물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여행업 표준약관에는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천재지변의 범위가 모호해 위약금 면책을 받기가 쉽지 않다.
여행업체들은 태풍, 지진, 쓰나미 등 천재지변이 일어나더라도 여행지역의 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돼 비행기가 정상운항이 가능할 경우 여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관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