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저러스, 흘린 샴푸 치우지 않아 아이 '꽈당'
2013-11-28 문지혜 기자
업체 측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보상을 약속했지만 안전요원의 숫자를 늘리긴 어렵다고 고개를 저어 차후 안전사고의 여지는 고스란히 남게 됐다.
28일 서울특별시 중랑구 상봉동에 사는 변 모(남.39세)씨는 “대형마트 매장 관리가 소홀해 아이가 크게 다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변 씨는 지난 11월 17일 26개월 된 아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임신 5개월인 아내와 함께 롯데마트 내부에 있는 토이저러스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원하는 장난감의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으나 점원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하지만 눈에 띄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매대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찾던 중 앞서 걸어가던 아이가 갑자기 미끄러져 바닥에 뒤통수를 크게 부딪치며 나뒹굴었다.
황급히 달려가 아이를 안은 뒤 바닥을 살펴보니 세제인지 샴푸인지 모를 푸른색 액체가 통과 함께 뒹굴고 있었다. 아이의 옷과 신발, 머리카락뿐 아니라 아이를 안아든 변 씨 아내도 푸른색 액체로 범벅이 돼 있었다.
변 씨는 주위를 살폈으나 매장 내 안전요원뿐 아니라 물건을 정리하는 직원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매장 입구까지 가서야 사람을 부를 수 있었다.
직원은 무전으로 담당자를 부르겠다고 이야기했고, 변 씨는 다시 아이에게 돌아가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담당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15분이 지나서야 나타난 부지점장은 아이의 상태 확인은 커녕 “세탁을 맡기면 처리해주겠다”는 형식적인 몇마디가 전부였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변 씨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는 다행히 외상은 없지만 토하거나 뇌진탕 증세를 보이면 연락하라고 말했다.
변 씨는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장난감 매장에 위험한 물건을 방치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안전요원 하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번에는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마찬가지 상황에 또 다시 처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전했다.
이어 “부지점장은 우리 가족이 병원으로 가기 전까지 전화번호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다음날인 월요일에 내가 전화해서 ‘매장 관리 소홀로 고소하겠다’고 항의하니 그제야 병원 진료비 등을 주겠다고 하더라”라며 황당한 심경을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 토이저러스 매장을 관리책임을 갖고 있는 롯데마트 관계자는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다른 고객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아동용 샴푸가 바닥에 쏟아졌고 해당 고객이 이를 밟고 미끄러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무전으로 ‘아이가 샴푸를 밟고 넘어졌다’는 내용만 전해들은 담당자가 상황 파악이 안 돼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안전요원을 늘려달라는 소비자의 요청에 대해서는 “현재 안전요원은 출입구에 한 명씩 배치돼 있지만, 매장 내에 상주시키는 것은 쇼핑을 하는 고객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