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중 3곳이 매물…업계 지각변동 예고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이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 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인수합병(M&A)시장에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자산규모 10위권 증권회사 가운데 3곳이 동시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시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 가운데 현대증권은 총 자산 20조 원 규모로 10대 증권사 중 한 곳이다. 현대그룹의 핵심 3인방인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하는 등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오게 됐다.
이미 시장에는 자산규모 1위인 우리투자증권(29조8천억 원)이 매물로 나온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4천억 원이 넘고, 지난해 881억 원의 순이익을 낸 대형 증권사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으로 우리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왔고, 인수전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는 당초 지난 20일 계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패키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헐각매각' 논란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당초 방침대로 일괄매각 방식으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규모 8조8천억 원의 동양증권도 부실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판매로 인해 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매물로 나왔다. 동양증권 인수전에는 대만 유안타증권과 KB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증권가에는 리딩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10여곳이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다.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 22일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3개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3조3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금 마련안에는 현대상선 항만터미널 사업 매각건도 포함됐해 약 3조3400억원을 마련하는 등 자구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까지 현금보유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현대그룹의 한 축인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으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을 통해 7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매각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금융권과 협의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키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하여 약 1조5천억 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도 4천800억 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해 3천200억원 이상을 마련키로 했다. 그룹이 소유한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함으로써 총 3천400억 원 이상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번 자구안이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1조3천억 원 가량의 부채를 상환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이 올해 3분기 493%에서 200% 후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조 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이번 자구안을 계기로 그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금융부분을 매각하고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현대상선이 중심이 되는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부분에 집중해 향후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