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조정은 없다"…삼성家 상속소송 '급랭'

2014-01-07     윤주애 기자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 재산을 두고 이건희 회장과 형인 이맹희씨가 벌이고 있는  상속소송이 양측의 조정 없이 오는 14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게 됐다.

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조정 제안으로 지난해 말 화해무드가 형성되는 듯했으나 7일 이건희 회장 측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급랭분위기로 역전됐다.

7일 서울고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삼성가 상속 분쟁'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을 맡고 있는 윤재윤 변호사는 "화해나 조정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다"며 "그러나 연구하고 고민하고 생각할수록 조정이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이건희 회장 측의 입장을 정리해달라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윤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돈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과 원칙의 문제"라며 "원고(이맹희씨)는 선대회장의 유지를 왜곡하면서 피고(이건희 회장)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해외 주요언론이나 투자자들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가족, 형제간의 문제를 넘어서서 삼성그룹의 신뢰와 경영안정성에 관한 문제로 사건(영향)이 바뀐 면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조정을 한다는 것은 원칙을 허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의 화해 요청을 피고가 거절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조정(調停)과 화해(和解)는 엄연히 구별된다"고 반박했다.

화해는 당사자 사이의 분쟁해결에 관한 합의로서, 민사조정법에 따른 조정 이외의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이맹희 측이 순수한 '화해'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민사조종법에 따른 '조정'을 제안했고, 피고 측은 조정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변한 것"이라며 "순수한 형제간의 화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맹희씨 변호인은 지난해 12월24일 열린 공판에서 "가족간의 대화합 등을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화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 회장 측에 제안했다.

당시 재판부도 "선대 회장이 살아있었으면 화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계 안팎에서는 형제간 볼썽 사나운 상속소송을 놓고 양측이 급 화해무드를 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측이 조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측은 재판 끝까지 가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한편 삼성가 상속소송은 2011년 6월 고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 재산이 수면 위에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창업주의 장손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상속포기각서를 요구했고, 부친인 이맹희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천100억 원 규모의 상속 소송을 제기했다. 차녀 이숙희씨도 이 회장을 상대로 1천900억 원 규모의 상속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 1심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이 승소했고, 이맹희씨는 즉각 항소하면서 2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