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제 대형병원 약값 후려치기 부추겨

2014-02-13     변동진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공정한 가격경쟁을 통한 의약품 저가구매를 촉진할 목적으로 도입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실제로는 대형병원의 의약품 가격 후려치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13일 김성주 의원에 따르면 일부 대형병원들이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기존 의약품 계약을 파기하고, 제약회사나 도매업계에 약값을 더 내려서 견적서를 내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성주 의원은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병원의 경우 기존 계약 파기 후 약가의 25%를 깎아서 입찰할 것을 명기해 공문을 보냈고, 다른 사립대병원은 무려 50%나 인하하여 입찰할 것을 요구했다”며 “게다가 제약·도매업체가 병원의 요구대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입찰을 제한하겠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대형병원에 대한 과도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행 16개월 동안 최대 1600억 원의 손실만 낸 것으로 작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출자료를 바탕으로 추계, 약가인하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액은 최대 1천878억 원이지만, 의료기관 인센티브로 2천339억 원이 지출되면서 최대 1천601억 원의 손실만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도시행 16개월 동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참여한 요양기관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하며, 요양기관에 제공된 인센티브 91.7%인 2천143억원은 대형병원에 집중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울아산병원 122억7천만 원, 서울대병원 122억 6천만원, 삼성서울병원 78억7천만 원 등 대형병원 쏠림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성주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 1원 낙찰 현황’에 따르면, 2010년 5천254개이었던 1원 낙찰 요양기관이 2013년에는 8천25개로 53.8%가 증가했다. 또한 동 기간 1천624개였던 의약품수도 2013년에는 2천170개로 3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형병원들이 1년치 의약품을 단돈 1원, 5원 등 초저가로 살 수 있는 이유는 병원 처방목록 등재에 따라 제약-도매업체의 사활이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병원 약가 후려치기 관행으로 인해 약국 등 원외처방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대다수 환자가 병원 입원환자(원내처방)가 소비하는 약제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야기하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시행을 복지부가 고집하면서 의약품 시장에서는 약가 후려치기와 같은 반시장적 행위, 슈퍼갑의 횡포가 더욱더 기승을 부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병원은 초저가 공급을 요구할 수 있고,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제약-도매업체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병원은 거래상 우월한 위치에 있어 약값 후려치기와 같은 비정상적 거래행태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1원 낙찰과 같은 초저가 요구를 통해 제약회사의 가격결정 권한을 제약하는 병원의 행태는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라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현재 복지부, 병원-제약-도매업계가 협의체를 만들어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미 시장에서는 가격 후려치기 등 반시장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복지부가 조속히 합리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지속가능하고, 경제주체들이 수용가능한 약가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변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