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Behind]화장지 형광증백제에 '면죄부' 준 기술표준원
두루마리 화장지에 포함돼 있는 형광증백제 표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자들이 두루마리 화장지에 두루뭉술하게 표기돼 있는 정보만을 가지고 형광증백제 포함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이를 명확하게 표기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형광증백제 포함 여부를 표기할 의무가 없다면서 규정을 앞세워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깨끗한나라, 쌍용C&B, 유한킴벌리, 미래생활, 모나리자 등 국내 두루마리 화장지 업체 5곳의 제품 45개를 조사한 결과 형광증백제 포함 여부를 표기하고 있는 제품은 단 6개에 불과했다.
업체 측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관리·감독하는 기술표준원의 이중적인 태도다.
기술표준원은 분명 형광증백제를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술표준원에서 고시한 안전품질표시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해물질 안전요건’ 아래 형광증백제를 표기한 뒤 ‘미용티슈에는 검출되어서는 안 되며 두루마리 화장지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12월 27일 형광증백제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이를 입으로 섭취하는 일을 막기 위해 두루마리 화장지 제조단계에서 형광증백제를 추가로 첨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화장실용으로만 쓰도록 용도에 대한 표기를 강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루마리 화장지 제품에 '무형광', '형광증백제 포함' 등의 표기 의무는 없는 상태다. 그저 포장재에는 '100% 천연펄프', ‘3겹이라 도톰하다’, ‘부드럽고 좋은 향이 난다’
는 식의 제품 장점만 내세운 광고 문구만 가득하다.
소비자가 쇼핑 시 직접 휴대용 자외선램프(블랙라이트)를 갖고 다니며 일일이 형광증백제 함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한 무형광 제품을 선택하기란 복불복인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형광증백제 포함 여부를 표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술표준원 측은 “형광증백제의 유해성에 대한 공신력 있는 연구가 없다”며 말을 번복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소비자와 업체 측 모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업체 측의 태도다.
브랜드 잘풀리는집에 ‘무형광’ 마크를 표시하고 있는 미래생활은 표기 문제가 불거지자 제일 먼저 나서 '형광증백제로부터 안전하다'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미래생활은 “매일 사용하는 화장지에 인체에 해로운 형광증백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며 형광증백제에 대한 유해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제조업체는 “재생원료 자체에 존재하는 형광증백제가 모두 제거되지 않고 제품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형광증백제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모든 화장실용 화장지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및 부속 규정에 따라 제조되고 있어 안전하다”며 또다시 규정을 방패로 삼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화장실에서만 사용하든, 값을 좀 치르더라고 형광증백제 걱정없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적어도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정보를 누락시켜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규정 상에는 ‘유해물질’이라고 표기해놓고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소비자를 우롱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