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탓' 진단서 요구, 화장품 부작용 보상 기준 '탁상행정'

인과관계 명시된 진단서 요구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비현실적

2014-03-19     조윤주 기자

피부 발진, 홍조, 염증 등 화장품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보상 절차가 까다로워 업체 편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진단서 발급 등으로 인과 관계 증빙이 쉽지 않은 데다 소비자들이 보상 요구 방법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 한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화장품 부작용 제보 건수만 총 54건에 달한다. 전년(42건)과 비교해  28%나 늘었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화장품에 이물혼입, 변질부패, 용량부족, 유효기간 경과, 품질 성능 기능 불량 등 하자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교환이나 환급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다만 부작용의 경우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화장품 사용 후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치료비 경비 및 일실소득 보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피부과 전문의의 확정 진단 등 화장품 사용과 발생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피부 트러블이 특정 제품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뒤늦게 보상 절차를 확인하게 된 소비자들이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문제가 된 제품을 다시 사용하고 진단서를 끊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렵게 인과관계를 밝혀낸다 해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는 것에 그칠 뿐 시간, 교통비, 추가적인 피부과 치료비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보상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렇다보니 제품값과 병원비보다 오히려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드는 진단서 발급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문턱 높은 '미샤' 반품..“동네병원? 대학병원 진단서 내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 1월 온라인몰을 통해 ‘미샤 타임 레볼루션 액티베이터 앰플’을 구매했다. 쓰기 전 팔에 테스트하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고. 구입처인 온라인몰을 통해 반품 접수 후 수거까지 됐지만 3주가량 지나도록 반품처리가 되지 않았다.

미샤 측에 항의하자 반품하려면 '해당 화장품으로 알레르기가 발생했다'는 의사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최 씨가 소견서를 떼기 위해 들이는 비용 보상을 요청하자 “그렇다면 대학종합병원에서 제품 알러지 테스트를 해 양성반응이 나와야만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반품을 봉쇄하려는 업체의 꼼수라는 최 씨 주장에 대해 미샤 관계자는 “대학병원이 아니라도 피부과 소견서나 사진증빙만 하면 환불조치 가능하다. 그러나 고객께서 기타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보상을 요구해 인과관계 확인 차 대학병원 알레르기 테스트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토니모리 제품 사용 후 남은 부작용 흉터 어떡해?

울산 북구 양정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토니모리 화장품 사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해 환불을 받았지만 흉이 진 피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월 말 토니모리 수분쿠션 썬 비비를 사서 처음으로 얼굴에 바른 이 씨. 4시간 쯤 지나자 얼굴에 붉은 반점이 올라오더니 다음날 진물까지 차올랐다.

토니모리 고객센터에 항의하자 상담원은 사진을 요청하더니 이내 환불해줬지만 부작용으로 남은 흉터에 대한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안내도 받을 수 없었다.

이 씨는 “환불은 받았지만 얼굴 전체에 거뭇하게 남은 흉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니모리 관계자는 “트러블이 발생하면 교환이나 환불을 우선 안내하고 치료비 요청 시 인과관계가 성립된 진단서를 보내면 보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치료비 청구에 대한 안내를 우선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 토니모리 썬 비비 사용 후 부작용으로 붉은 반점이 생긴 이 씨의 얼굴.


◆ 테스트용 샘플 지원 등 대책 필요..피해 대응법 숙지해야  

화장품 사용에 따른 피부 부작용 보상에 대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피부과 전문의의 확정진단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화장품과 인과관계 성립을 인정하는 진단서를 발급받기 거의 불가능해 무늬 뿐인 규정이라는 것이 피해 소비자들의 항변이다.

전문가들은 테스트용 샘플 구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테스트용 샘플을 통해 화장품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더 큰 부작용을 막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물론 테스트용 샘플 부작용 피해 보상 기준도 정품 화장품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화장품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대응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써 보는 화장품은 염색제 사용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바르기 전 팔 안쪽과 같이 얼굴과 유사한 피부에 먼저 부작용을 테스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증빙자료가 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두고 제조사 측에 즉시 내용을 전달한다.

교환 환불 외에 피부과 진료가 필요하다면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화장품 사용후 발생된 부작용'이라는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질환 치료 목적의 진단 및 처방을 받고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을 확보해둬야 피해보상 요청용 증빙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