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언덕 190~200km 항속력 유지 '막강 토크'
<찜캐리 전문기자 시승기>'베라크루즈'완결…브레이크ㆍ롤링감 '흠'
2007-06-13 찜캐리(김용노) 자동차 전문기자
베라크루즈는 평지에서 한 번의 풀스로틀로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해 곧 시속 200km를 넘깁니다.
긴 언덕을 만나도 시속 190∼200km의 항속력을 유지하고 하고 이때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뿐,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시속 200km에 rpm 수치는 3000을 가리킬 정도로 출력의 여력이 많습니다. 나날이 진보하는 디젤 SUV의 현주소를 보는 듯합니다.
SUV 마니아로서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설레임이 컸지만, 베라크루즈는 2006년 10월 출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세팅된 차량들을 시승하며 지금은 결국에는 보유하게된 차량입니다.
국내 최대 메이커에서 내놓은 최고급 SUV의 현주소를 체크해 보며 기술의 진일보를 실감하게 됩니다.
첫 시승차는 VXL 4WD로 VDC(자세제어장치)가 옵션으로 들어갔고, 총주행거리가 300km인 따끈따끈한 새차였습니다.
베라크루즈의 경우 덩치가 상당한 차량이지만, 그동안 테라칸 스타렉스 등 국내 모든 SUV나 RV 차량을 보유했거나 시승했었기에 새차에 올라탔을 때 그리 부담스러운 느낌은 없습니다.
차를 인도받은 곳은 서울 한복판이라 조심스레 도심을 빠져나와 지인들과 주행 테스트에 나섰습니다.
영동고속도로 같은 긴 언덕에서도 시속 190km의 항속력 유지. 먼저 일산종합운동장으로 가서 자동차 통행이 뜸한 공도에서 제로백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두 번의 테스트 결과 계기판상으로 8초대 중반대를 가리킵니다.
높은 출력에 비해 주행특성이 부드러워 10초를 넘길 줄 알았는데 매끄러운 출발과 함께 부드러운 가속이 이어집니다. 지인들도 놀라는 눈치입니다. 이 차는 중대형 승용차에서 고급 SUV로 갈아타는 오너들을 타깃으로 했기에 가속을 부드럽게 세팅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치고나가는 것은 시원하니 국내 정상급 SUV입니다.
그동안 비슷한 배기량의 외제 SUV를 시승한 결과 온로드형 SUV 중에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 톱급에 속한다고 평가됩니다.
아울러 고출력에 맞춰 트랜스미션을 보호한 부분들이 엿보입니다.
처음에 시승차를 받아들고나서 다음날 경기도 남양주에서 강원도 양양으로 출발했습니다. 거리는 250km 정도. 온로드 SUV 테스트에는 강원도 지역이 잘 어울립니다.
기나긴 언덕이 즐비하기에 토크감을 느낄 수 있고, 평지와 내리막에서 나오는 초고속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곡선 주로가 간간이 섞여 있어 키 큰 SUV가 중고속 주행에서 어떤 몸놀림을 보이는지도 체크할 수 있습니다.
한때 보유하고 있던 차량은 2004년형 테라칸 AT. 튜닝을 통해 165마력의 최고출력이 210마력에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테라칸도 긴언덕 고속 주행 성능이 좋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영동고속도로 긴 언덕을 가속을 붙여 치고 올라가 디젤 SUV의 토크력 즐기곤 한다. 하지만 대개 평지에서 탄력을 붙여 올라간 경우입니다. 게다가 테라칸은 계기판과 GPS 오차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베라크루즈는 GPS와 실제 계기판 속도가 비슷해 속도계 바늘을 확인하며 달릴 때의 느낌이 놀랍습니다.
베라크루즈의 경우 평지에서 한 번의 풀드로틀로 액셀을 밟고 있으면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해 곧 시속 200km를 가리킵니다.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으면 속도가 더 올라가 210km를 넘겨 버립니다. 긴 언덕을 만나도 190∼200km의 항속력을 유지합니다.
긴 언덕 중간쯤 갓길에 차를 세워 차의 흐름이 뜸한 틈을 타 가속을 해보았습니다. 언덕주행능력을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꾸준한 가속이 이루어지면서 속도계 바늘이 190을 가리킵니다. 차 자체에서 나오는 막강한 토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휘발유 승용차 오너를 유혹
돌아오는 길에 다시 가장 긴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 보았습니다. 코스는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첫 관문인 대관령 언덕 오르기. 웬만한 국산차는 힘을 잃고 힘들게 올라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베라크루즈는 어지간해서는 시속 190km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대관령 부근을 통과했습니다. 힘은 만족스럽지만, 부드러운 가속이 디젤 SUV에 길들여진 저로서는 썩 반갑지는 않습니다. 좀더 터프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원했지만, 최신 SUV답게 그 반대의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통 SUV 오너들이 갈망하는 부분이라기보다는 휘발유 엔진 승용차 운전자들과 SUV를 지향하는 오너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한 변화라고 판단됩니다.
부드러운 가속감과 LPG차를 연상시키는 정숙성 그리고 아늑한 승차감은 고급차 오너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시속 100km에서 rpm이 1500을 가리킨다는 점입니다. 급가속을 하지 않고 액셀을 2∼3cm 정도로 유지하며 2500rpm으로 달리면 꾸준히 속도가 올라가다 160km를 가리키게 됩니다. 고속주행으로 잠시 긴장감을 늦추기 위해 2500rpm을 유지할 때 나온 속도입니다.
국도에서 3개의 연속된 요철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 보았습니다. ‘퉁∼툭∼’ 소리를 내며 별다른 피칭 현상이 없이 지나간다.
고속으로 차선변경시 살짝 느껴지는 롤링은 좀더 잡아 주었으면 합니다. LUV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지속적으로 체크해 모자라는 점은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스펜션을 약간만 하드하게 잡아서 남아있는 롤링을 잡아준다면 승차감이 좀더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젤 특유의 엔진음 들을 수 없어
기본적으로 베라크루즈는 FF(앞엔진, 앞바퀴굴림) 차량입니다. FF의 코너링에서 보이는 약점은 언더스티어.
하지만 풀타임 4WD와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등 각종 주행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아 굽은 길을 정확한 궤적을 그리면서 돕니다.
한번은 국도 커브를 도는 도중 순간적으로 아찔한 순간을 만났습니다. 커브를 돌자마자 노면이 계단처럼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네 바퀴가 순간적으로 공중에 뜨고, 사고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치는 순간 오른쪽 바퀴가 착지하고, 이어서 왼쪽 바퀴가 안착. 잠깐의 꿈틀거림과 브레이크 페달 떨림이 발끝에 전해져 오더니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VDC와 ABS의 덕을 본 순간이었습니다.
요즘 디젤차는 WGT에서 VGT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베라크루즈를 필두로 하여 피에조 인젝터 차량들이 차기 대세를 이룰 전망입니다. 예전에 듣던 레코드판과 요즘 CD의 차이라고 할까요?
디젤 특유의 음색이 매우 다릅니다. 과거 SGT차는 가속 때 엔진힘이 느껴졌지만 VGT차는 뭔가 사이버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속도를 올려서 가속할 때 쇠로 된 와이어를 감는 듯한 음이 아래서 나지막하게 들리다가 항속을 유지하면 이내 잦아듭니다.
베라크루즈를 몰고 시속 200km를 유지하면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뿐,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나지 않습니다. 속도를 조금 더 높여 시속 210km를 가리키면 rpm 수치는 3000을 가리킵니다. 그만큼 엔진 출력의 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차고가 높은 SUV이기에 이 이상의 속도는 메이커 측에서 리밋을 걸어두었기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라크루즈 오너들이 ECU 맵핑으로 이 리밋을 해제하며 현재 rpm 수치 3500 정도에 시속 230~240km가 나가는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CUV다운 디자인
최근 SUV들의 특성을 보면 온로드 성향이 강한 CUV로 그 흐름을 이어갑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려는 매끈한 곡선 처리, 오프로드적인 성향보다는 온로드에서의 고성능과 편안한 드라이빙 추구…. 베라크루즈 또한 이런 맥락에서 CUV 성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를 바라보면 세련된 감각의 슈퍼비전 클러스터(계기판)가 오너의 시선을 시원하게 합니다. 운전석에 앉아있으면 SUV를 탄 느낌이 들지 않으며 중대형 세단을 탄 느낌이 들 정도로 운전자를 중심으로 실내 구조가 펼쳐져 있습니다.
2열 공간도 넉넉하여 동승자들의 안락한 공간도 연출됩니다. 3열 공간은 국내 SUV들중 가장 넓지만, 9인승 이상 RV 차량에 비해서는 활용도가 낮습니다.
하지만 2,3열을 풀플랫하였을 경우 펼쳐지는 넉넉한 공간은 승용이 지니지 못한 또다른 퍼포먼스를 연출합니다.
◆브레이크 성능, 약간의 롤링감이 아쉬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능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제동력은 평소 큰 문제가 없으나 가끔씩 제동력이 밀릴 때가 있습니다. 브레이크 패드 또한 현재의 고출력의 베라크루즈를 커버하기에는 약간 미흡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2열에 남아 있는 롤링감은 세련된 승차감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며, 코너링을 위한 서스펜션 재 셋팅은 메이커 측이 인식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곁들여서 시트의 소재는 고급스럽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앉을 때 밀착되는 부분과 우는 현상이 있는데 이점은 개선해야 할 듯 싶습니다.
그리고 역시 늘 지적 사항 중의 하나인 안전 사양의 적용 문제. VDC, 속도 감응형 핸들, 사이드 커튼형 에어백 등이 좀더 폭넓게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