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로드와 오프로드 넘나드는 '양날의 검(劍)'

<찜캐리 자동차 전문기자 심층시승기> 그랜드체로키CRD 완결편

2007-07-20     찜캐리(김용노) 자동차 전문기자

    그랜드체로키 하면 과거 테라칸, 쏘렌토, 렉스턴 등 프레임바디 SUV를 타는 오너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던 SUV입니다.

물론 지금은 모노코크 바디 SUV인 베라크루즈의 출현으로 프레임 바디 SUV인 HM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지만, 아무튼 한 때 국내 정상급 SUV를 타던 오너들의 차기 구입 차종으로 물망에 올랐던 차량입니다.

우선 시승기에 앞서서 도(刀)과 검(劍)의 차이를 논하겠습니다. 도는 칼날이 한쪽에만 있지만, 검은 칼날이 양쪽에 있습니다.

이런 비유는 SUV에 적용하자면 요즘처럼 CUV화되는 SUV는 도(刀)의 한쪽 칼날처럼 온로드 주행 위주로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그랜드체로키CRD는 검의 양날처럼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경계를 넘나듭니다. 뛰어난 온로드 성향에 오프로드 성향을 지닌 그랜드체로키를 하나하나 훑어보겠습니다.

● 온로드 성능

그랜드체로키CRD는 218마력에 52토크로 무장한 벤츠 엔진과 미션(5단 오토)이 들어간 차량입니다. 마력에 비해 토크를 높인 부분이 돋보입니다.

FIA(국제 자동차 연맹)에서 인증된 부분은 30일 동안 쉬지 않고 평균 시속 224.8km로 10만 마일(16만943km)을 달린 경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는 차량입니다.

초반 가속은 상당히 일품입니다. 제로백을 측정한 결과 국산 차량으로는 베라크루즈와 비슷한 성능을 보입니다.<아래 동영상 참조>

거구의 덩치에서 이 정도의 성능이라면 시내 주행 위주의 실생활 속도에서 상당한 민첩함이 엿보입니다.
         
중속으로 접어들면서 초속에 비해 약간 둔화된 느낌은 들지만 시원스레 치고 나가는 맛은 이름값을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에 비해 종속은 180km/h에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자동차의 가속을 보지 않고 최고속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FIA에서 평균 시속 224.8km로 달린 것과는 달리 차고 높은 SUV에 걸맞게 리밋을 걸어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차량으로는 뉴카이런 2700cc 모델로 최고속 215km/h를 달린 바가 있지만, 이는 지형을 이용한 오랜 가속 후 얻은 결과이고, 실제로는 그랜드체로키CRD가 앞섭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제로백은 탁월한 편이며, 중속 이후는 카이런에 ECU 맵핑을 걸어주면 비슷한 성능일듯 싶습니다.

언덕 주행 능력이야 디젤이 갖고 있는 특유 토크로 인하여 유감없이 항속력을 발휘합니다.

이는 가솔린 오너들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인데, 실제로 베라크루즈의 경우 평지에서는 SM7과 같은 차량에 추월을 당하다가도 언덕을 만나면 다시 추월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높은 토크를 뿜어내는 디젤 차량의 온로드 상에서의 매력은 바로 지형에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 오프로드 성능

오프로드 성능이야 솔리드 방식의 SUV로, 이 방면 튜닝이 되어 있는 구형 코란도나 록스타 같은 하드코어 수준의 오프로드 차량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험로 주행을 염두한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험로에 빠졌을 때, 콰드라 드라이브2와 TCS, ABS가 연동이 되며 네바퀴 중 노면과 마찰력이 있는 곳에 구동력이 전달되어 탈출하게 되는 오프로드 성향이 강한 4륜 장치가 있습니다.

험로에서도 한바퀴라도 짚히는 곳이 있다면 빠져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큰 SUV다운 면모가 있는 것입니다.

록크롤링 같은 하드코어 수준의 오프로드는 아니더라도, 노면의 상황이 아주 나쁜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고 봅니다.

● 소음도

우선 탁월한 편입니다. 국내 차량과 대비한다면 일단 베라크루즈를 제외하고는 이 차량이 모두 정숙도에서 앞섭니다.

베라크루즈가 약간은 앞서기는 하지만 근접한 정도의 소음도가 느껴집니다.
         
● 코너링과 승차감

국내 차량은 오너들의 성향을 반영하다보니 푹신푹신한 서스펜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직진시 승차감이 포근한 느낌이 들지만, 코너링이나 노면이 불규칙할 경우 심한 롤링이나 피칭으로 전달됩니다.

얼마전에도 과음한 다음 날 신형 그랜저를 타고 간 일이 있었는데, 푹신한 느낌은 좋지만 말캉말캉한 서스펜션으로 인하여 속이 상당히 거북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요즘 국산 SUV들은 대개 승용같은 승차감을 살리기 위해 롤링이나 피칭을 어느 정도는 감수하더라도 서스펜션을 상당히 소프트하게 세팅하는 추세입니다.

해서 나 같은 경우도 SUV를 사게 되면 쇼크업서버(일명 쇼바)나 스프링을 먼저 교체해버리곤 합니다.

그렇다면 그랜드체로키는 어떠한가?

이 부분을 논하자면 장단이 오고 갑니다. 1열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반하여 2열은 좀 실망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1열에 앉아서 중고속 주행을 하다보면 상당한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급차선 변경과 고속에서의 코너링에서도 차량의 노면과 수평을 유지하면서 좌우 롤링을 잡아주는 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차고 높은 SUV이기에 오너가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덜어낸 세팅이라 판단이 됩니다. 사실 이 정도의 서스펜션 세팅이라면 최고속 리밋을 조금 더 고속으로 늘려놓아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2열의 승차감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과거 쏘렌토가 보인 통통 튀는 느낌이 듭니다.

2열의 등받이 각도도 상당히 제한적인데다 팔걸이가 없어서 국산 SUV에 비해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체로키를 구입하신다면 2열의 쇼크업서버나 스프링을 달리 하는 것이 좋을듯 싶습니다.

그리고 다이(DIY : Do It Yourself)든 시트 개조든 2열의 등받이 각도를 좀더 뒤로 눕힐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팔걸이야 거기에 걸맞은 쿠션하나 배치해 두면 해결이 될듯 싶습니다.
         
● 제동력

제동력은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괜찮게 잘 듣는 국산 SUV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 익스테리어

체로키의 디자인에 대해 회원 여러분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일전에 타던 차량 중에는 갤로퍼 숏바디 인터쿨러 차량과 테라칸290 모델입니다.

모두 각이 진 남성다운 모습의 지프다운 외관이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지금 보유 차종인 곡선미를 지닌 베라크루즈보다 각진 이미지의 강렬한 남성미를 풍기는 HM이 더 끌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에 판매된 SUV들을 보면 각진 이미지보다 모서리가 둥그스름하고 전반적으로 곡선미가 있는 차량을 좋아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그랜드체로키의 남성다운 외관이 국내 오너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바라보는 사람들의 각자 안목에 달려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반적으로 남성미를 물씬 풍기면서 세련된 느낌이 듭니다.
         
● 인테리어 / 공간성

자~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갖는 환상을 버리도록 합시다. 우리는 흔히 외제하면 럭셔리 함을 연상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국산 차보다 빠를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일부 자동차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면 국산 차가 외제 차에 비해 더 뛰어난 면을 논하면 오히려 국산 차종 오너들이 앞뒤 안보고 매장시키는 모드로 들어갑니다.

물론 외제 차량 중에는 훌륭한 스펙과 럭셔리 함을 지닌 차량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소박하고 실용적인 옵션 세팅을 한 차량들이 있습니다.

베라크루즈 동호회인 러브베라(www.luv-vera.net)의 한 회원분도 그랜드체로키CRD를 타보고 "애개?" 하며 생각보다 소박한 실내 디자인을 지적한 바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오너들은 아기자기한 옵션에 집착이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먼저 계기판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시인성 위주로 셋팅이 되어 있습니다. 센터페이시아를 보면 국내에서는 하급으로 보는 로터리 에어컨이 있습니다.

하지만 로터리 에어컨은 풀오토 에어컨보다 주행 중 작동이 간편한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상급 차량에 있는 메모리 시트 기능도 없습니다. 기어봉도 세련되었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실내 전반적인 분위기도 럭셔리 함보다는 투박한 이미지에 갖출 것만을 갖춘 형태로 실용주의를 표방한 부분들이 엿보입니다.

오디오를 틀어보았습니다. 보스톤 제 프리미엄 오디오에서 음량을 최고로 높여도 소리가 부서지거나 갈라지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국산 차량이 순정 상태의 오디오에 적용되어야 할 부분이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2열 시트를 눕혀서 3열과 연동하여 풀플랫시키는 기능은 최근 SUV들의 추세에 맞게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 결론

승용화되는 SUV, 즉 CUV로의 흐름은 소비자들의 기호의 변화로 어쩔 수가 없는 대세입니다.

해서 오프로드 적인 성향을 지닌 SUV하나 둘씩 사라지는 부분은 SUV 애호가로서 볼 때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승용은 온로드 위주로 세팅이 되어 있지만, SUV는 각종 세팅에 따라 온로드 이외에도 험로를 해쳐나가는 매력, 가파른 경사를 의아할 정도로 올라가는 능력, 커다란 바위를 넘어가는 괴력의 모습은 실제로 운전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그랜드체로키CRD는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양날의 검(劍)처럼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SUV이면서 디젤의 매력인 토크의 맛을 톡톡히 볼 수 있는 차량이라 생각합니다.

이 차량은 우리나라와 같이 작은 국토의 나라보다도 미국과 같은 광활한 대륙에서 투박한 대지를 달리는 모습이 훨씬 어울리는 차량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간만에 SUV 냄새가 물씬 나는 차량을 타는 기분은 상당히 머리를 맑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상으로 그랜드체로키 시승기를 마치겠습니다.

앞으로 준비하는 시승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그랜져3.3 vs 렉서스ES350' 비교 시승기를 작성하게 됩니다.

다다음 주에는 '베라크루즈 380 가솔린 모델' 시승기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간격을 봐가면서 국내 업계가 긴장할 2000cc의 상징급인 " NF쏘나타 vs SM5 vs 토스카" 시승기를 작성하게 됩니다.

현재는 그랜저2.7 모델을 운행하면서 승용에 대한 행수를 되새기며 시승 느낌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의 시승기에는 1급 레이싱모델과 함께 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