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 초유의 '불명예 동반퇴진' 벌어질까?

2014-06-11     윤주애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각종 금융사고에 얽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통보 받아 두 명의 CEO가 나란히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내릴 징계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재심의를 보름 가량 앞두고 지난 9일 오후 11시에 중징계가 사전에 통보된 상태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과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의 부실대출,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90억 원 규모 국민주택채권 횡령, 1조 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두 사람은 최근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경영진간 갈등이 수면 위에 드러나는 등 일명 'KB사태'로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 터라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현직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좌), 이건호 KB국민은행장(우) / 사진=KB금융그룹


현행 은행법에서는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에 대해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에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해임 등 고강도 징계가 내려지지 않는 이상 오는 2016년까지 보장된 3년 임기를 채울 수는 있다.

문제는 이번 징계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감원은 현재 국민은행에 4개 검사반을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 당장 전산시스템 교체여부를 놓고 벌어진 경영진의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이고, 이달 말에는 경영전반에 대해 추가로 검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금융그룹 차원에서 비은행 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추진해왔던 LIG손해보험 인수전마저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커졌다. 금감원 징계 뿐 아니라, 경영차질로 인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KB금융은 앞서 ING생명보험 한국법인과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섰다가 경쟁사에 밀려났다. LIG손보 인수전에는 KB금융과 롯데손해보험 양자구도로 좁혀졌지만 일련의 'KB사태' 등으로 인해 인수전 참여가 보수적인 분위기로 흐르면서 롯데손보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과 이 행장이 나란히 취임 1년차에 중징계를 받게 된데다,  내부 갈등으로 회사 경영에 부담을 안긴 점 등의 이유로 중도 사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앞서 KB금융과 국민은행 수장이었던 황영기 전 회장과 어윤대 전 회장,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임기가 만료될 무렵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불명예 퇴진'한 전례가 있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과거의 잘못을 들춰 구체적인 제재 양형을 공개하지 않은채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에 통보한 것을 놓고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금융당국이 현 정권의 대폭적인 개각을 앞둔 어수선한 시점에서 KB사태에 대해 진상규명보다 조기 중징계를 내려 감독책임을 전가하고 자리를 보전하려 하는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