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어플 '수수료 폭탄'에 소비자도 '피멍'
더 비싼 값 치르고 '낮은 마진' 이유로 허접한 상품에 서비스도 뒷전
2014-06-16 문지혜 기자
▲ 배달어플을 통해 시킨 약 5천 원어치 떡볶이의 양.
# B배달어플를 통해 야식으로 후라이드치킨을 주문한 직장인 김 모(남)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어플에 나와있는 제품 설명이나 해당 치킨점 전단지를 봐도 자신이 시킨 치킨의 가격이 2만1천 원으로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2천 원이 비싼 2만3천 원이 계산됐던 것. 김 씨가 업체 측으로 항의하니 처음에는 이미 가격이 오른지 3개월이 지났다고 설명했다가, 원래는 2만1천 원이 맞는데 어플 이용 고객만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둥 말을 계속 바꿨다. 그 와중에 업주는 할 말이 막히면 전화를 끊거나 "2만1천 원에 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김 씨는 "친구들과 야식을 즐기기 위해 시킨 배달음식 때문에 오히려 기분이 엉망이 됐다"며 "어플 이용 고객을 차별하는 것이든 아니든 업체의 서비스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배달어플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배달업체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가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약 1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장 덕에 '배달민족(倍達民族)이 아닌 배달민족(配達民族)'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로 배달 문화가 커져가고 있고 이로 인해 배달어플 역시 성행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몬 역시 지난 5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 배달딜을 오픈한다고 밝힐 만큼 인기가 뜨겁다.
하지만 정작 업체들은 배달어플에서 요구하는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마진을 남기가 어려워 꼼수를 부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 높은 수수료 핑계로 질 떨어지고 바가지 성행...애먼 소비자 새우등 터져
일반적으로 배달업체들은 한달 3만~7만 원 가량의 광고비와 더불어 매출의 10~20%에 달하는 수수료를 어플 회사 측에 지급하고 있다. 소비자가 어플을 이용해 결제를 하면 어플 측 콜센터에서 해당 지점에 전화해 대신 주문을 하고 수수료를 떼어가는 형식이다.
단순히 주문을 대신 해주는 게 고작인데도 배달업체 입장에서는 광고비와 수수료를 내고 나면 마진이 절반 수준으로 준다는 설명. 마진 감소는 소비자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쳐 배달이 늦거나 서비스가 불친절해지기 마련이고, 심지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에는 최근 음식점 배달서비스와 관련된 불만사항이 급증하고 있다.
주요 피해 사항은 배달업체의 배송 지연과 서비스 문제다. 배송이 늦어 확인 전화를 하면 적반하장식으로 화를 내거나 주문 취소를 유도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다.
일부 배달업체 점주들은 "보통 주문이 들어오면 순서대로 조리를 하지만 마진이 적은 배송어플 고객보다 일반 고객을 더 챙기게 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한 제품 설명 페이지에 나온 제품 중 일부가 누락되거나 제품의 양이 터무니없이 적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업체에서 털어 놓지 않는 한, 배달어플 결제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저하됐다는 것을 소비자가 알기는 어렵다.
어플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원제품 가격에 1~3천 원 가량을 올려서 받은 뒤 항의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할인을 해주는 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와 배달어플 사이에 껴 '새우등'이 터지는 셈이다.
한 배달어플 관계자는 "가격이나 서비스 등에서 소비자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어플 업체에서도 여러 방책을 내놓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 소비자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도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