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금융지주 임종룡·이순우·임영록 회장,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지난해 중반에 취임해 올해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금융지주사 수장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과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장사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반면,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취임전보다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세 회사 모두 경영환경 악화로 순익이 감소하는 부진에 빠져 있지만 임종룡 회장과 이순우 회장의 경우 각각 비은행부문 강화와 민영화에서 성과를 내면서 시장의 우호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개 금융그룹의 상장사인 NH농협증권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는 최근 1년 동안 시가총액이 22조2천644억 원에서 23조67억 원으로 3.3%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7천423억 원이나 늘었다.
3개사는 각 금융그룹에서 유일한 상장사로 각사의 주가는 해당 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NH농협증권은 시총이 6천억 원선에서 7천500억 원대로 26.6% 늘어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우리금융지주도 7조6천억 원에서 8조4천억 원으로 1년새 시총이 9.9% 증가했다.
반면 KB금융지주는 1년새 시총 1천700억원이 증발하면서 14조 원을 밑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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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증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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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
대표 |
2013-06-12 |
2014-06-12 |
증감액 |
증감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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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증권 |
안병호 |
5,970 |
7,556 |
1,586 |
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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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
이순우 |
76,622 |
84,197 |
7,575 |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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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
임영록 |
140,052 |
138,314 |
-1,738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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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체 |
222,644 |
230,067 |
7,423 |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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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융감독원 공시자료 / (단위 : 억원, %) |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6월 11일 취임한 이후 잠잠하던 NH농협증권 주가는 올 들어 우리투자증권 인수가 확실시되던 시점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NH농협증권은 주가가 줄곳 4천 원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4월16일에는 장 중 한 때 8천33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해 연내 NH우투증권이 출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주가가 6% 가까이 오른 6천290원에 장을 마쳤다.
임 회장은 세 명의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최근 1년 성적표가 가장 나은 것으로 평가됐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목표를 가장 먼저 달성했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를 설득시켜 증권업계 자산규모 1위인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사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로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까지 품으면서 명실상부 4대 금융지주로 발돋움했다.
NH농협금융의 한 임원은 "(임 회장이) 아무래도 공직에 있었던 터라 의사결정이 빨라 업무추진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통합 등 실무는 임 회장 선까지 보고가 올라간다"면서 "채원병 농협중앙회장과도 궁합이 아주 좋다"고 덧붙였다.
전임자인 신동규 회장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으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6월14일 취임한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면서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주가가 10% 가까이 올라 이 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단계인 지방은행 매각과 2단계인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을 이미 완수했고, 우리은행을 비롯해 남은 계열사의 매각만을 남겨두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23일 우리은행을 어떻게 매각할 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연말까지 남은 임기 동안 민영화의 3단계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에 비해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6월5일 차기 CEO로 내정됐으나 국민은행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취임은 한 달 뒤인 7월12일에야 이뤄졌다.
국내에서 점포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을 산하에 두고 있지만, 인사적체 등으로 인한 내부갈등과 수익성 저하 등으로 취임 초기부터 최근까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도 주가하락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든 셈이다.
임 회장은 잇따른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불철저 등으로 인해 오는 23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가 사전 통보된 상태다. 그나마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뛰어든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게 위안거리다.
임 회장이 최근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오는 2016년까지 보장된 3년의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