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외식사업서 줄줄이 고배...의욕 비해 성과는 부실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들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식품사업에 한계를 느끼고 외식사업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대체로 신통치 않은 편이다.
매일유업(대표 김선희)은 2009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호점을 연 커피전문점 폴바셋이 선전하자 지난 2013년 이사회 결의를 통해 폴바셋 외식사업부문을 분할하고 신설회사인 ‘엠즈씨드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엠즈씨드는 지난해 매출 11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국 매장이 30개 정도인 폴바셋을 제외하면 나머지 외식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해 한·일식요리브랜드인 '정'과 인도요리브랜드인 '달', 일본 양식레스토랑 '만텐보시' 등의 외식브랜드를 대거 정리했다. 매장 수가 한두 개에 불과할 정도로 사업성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달과 만텐보시를 정리한 후 올해 초 야심차게 기획했던 '정' 역시 개점 넉 달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매일유업 외식브랜드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내실을 다지며 성장해왔다”며 “이번에 몇몇 외식브랜드를 정리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이원구)은 2001년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를 시작으로 외식사업에 본격 나섰지만 현재 매장수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본점, 도산호림점 등 4개에 불과하다. 자생력을 갖춘 사업부문이라기보다는 남양유업 유제품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부대사업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시장 진출 시기에 비해 매장 수가 적은 것에 대해 남양유업 역시 내실을 다지는 데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매장 수를 늘리며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적은 매장수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향후 확장 계획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된 바는 없다”며 “내실 있는 외식사업체를 일궈나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풀무원(대표 남승우)은 계열사인 풀무원ECMD를 통해 아란치오, 브루스게타(이탈리안 레스토랑), 풍경마루(한식), 엔즐(면 전문점) 등 4개 외식브랜드를 운영 중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단독 매장보다는 놀이공원이나 백화점 등의 입점을 통해 제한적으로 점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풀무원측은 실적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할 단계라 아니라는 반응이다.
풀무원ECMD 관계자는 “매장 수나 규모가 아직은 미비한 수준으로 향후 확대할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였다가 적자를 내거나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성과가 나지 않아 점포를 닫는 경우도 있다.
삼양그룹(대표 김윤)은 지난 2006년 인수한 패밀리 레스토랑 세븐스프링스가 지난해 7억6천만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1년 설립된 세븐스프링스는 삼양그룹이 인수한 뒤에 지속적인 매출 증가가 이뤄졌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급기야 적자를 내고 말았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외식경기 흐름이 좋지 않다 보니 세븐스프링스도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적자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삼양그룹은 지난 1월 삼양홀딩스 자회사인 삼양푸드앤다이닝을 세븐스프링스로 흡수합병하고 ‘삼양에프앤비’로 법인명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대표 강원기)은 2004년 마켓오 레스토랑을 시작했으나 3개 매장 가운데 여의도 점을 지난 3월에 폐점했고 대상(대표 명형섭)은 2010년 계열사인 대상HS를 통해 퓨전레스토랑 '터치 오브 스파이스'를 냈다가 지난해 사업을 정리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성패여부를 단순히 매장수로만 가늠할 수는 없다”며 “각 점포별로 매장 콘셉트에 맞게 운영 중이며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밝혔다.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고전하는 것은 외식사업 자체가 이미 포화상태로 경쟁이 치열한데다 전문식당을 경영하기 위한 노하우가 부족해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을 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농심(대표 박준)은 지난 2008년 정통 일식 카레전문점 ‘코코이찌방야’를 시작해 최근 20호점을 성공적으로 오픈하며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독자사업 대신 일본 이찌방야와의 합작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며 외식업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 역시 포화 상태여서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대기업일지라도 실패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