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은행, 부실기업 출자전환 1조7천억...산업·농협은행 최다

2014-07-18     윤주애 기자

국내 8대 은행이 올해 부실기업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출자 전환으로 취득한 지분 규모가 1조7천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출자전환을 가장 많이 한 금융기관은 산업은행으로 취득 지분이 총 8천965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1월1일부터 7월15일까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른 결과다.

산업은행은 현대시멘트, 오성엘에스티, STX조선해양, STX, 오리엔탈정공, 경남기업 등 6개사에 대해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이 중 STX조선해양(6천억 원)과 STX(2천400억 원) 등 STX그룹에 대한 출자 비중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도 출자전환 규모가 5천억 원이 넘었다. 출자규모가 4천100억 원이 넘는 STX조선해양 탓이다. 

기업거래가 많은 우리은행은 출자전환 규모가 1천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이 710억 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외환은행(행장 김한조)이 300억 원 안팎이었다. 기업은행은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지분 규모가 56억 원으로 가장 적었다.

 

2014년 주요 은행권 출자전환 현황

 

 

 은행 

 대표 

출자전환 기업

 지분 취득규모 

 

 

산업은행

홍기택

현대시멘트, 오성엘에스티, STX조선해양, STX, 오리엔탈정공, 경남기업

8,965

 

 

농협은행

김주하

경남기업, 현대시멘트, STX조선해양, STX

5,006

 

 

우리은행

이순우

현대시멘트, 오성엘에스티, STX, 경남기업

1,292

 

 

신한은행

서진원

STX, 대한전선, 경남기업

710

 

 

국민은행

이건호

현대시멘트, 경남기업

336

 

 

하나은행

김종준

현대시멘트, 팬오션, 범양건영

298

 

 

외환은행

김한조

현대시멘트, 오성엘에스티, 범양건영

255

 

 

기업은행

권선주

케이피엠테크, 경남기업

56

 

 

(출처=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올 들어 출자전환 공시가 이뤄진 기업은 총 10개사다.

경남기업은 수출입, 신한, 산업 등 11개 은행이 1주당 5천 원에 총 852억6천만 원 가량 출자전환을 했다.

이에 따라 경남기업 오너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최대주주 측 지분을 다 합쳐도 20%를 밑돌지만, 수출입 신한 산업은행 등 3개 채권은행 지분만 29%가 넘는다.

현대시멘트의 경우 하나, 외환 등 6개 은행이 1천179억 원 상당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 회사는 전환가격이 1주당 2만 원으로, 출자전환이 된 기업들 중에서 단가가 가장 높았다.

현대시멘트는 정몽선 회장이 100%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에 대규모 채무보증을 섰지만, 지분 18.76%로 참여했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지난 5월 이뤄진 출자전환으로 최대주주가 정몽선 회장 외 3인(21.3%)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24.43%)으로 변경됐다. 

STX도 산업, 우리 등 4개 은행이 1주당 2천500원에 총 4천568억 원 상당의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STX조선해양은 산업, 농협은행 2곳에 1조 원이 넘는 지분을 취득하는 것으로 채무를 탕감했다. 

한편 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줄여줬음에도 해당 기업의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은행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감자 등의 외부요인을 제거한 채 기존 보유 지분을 17일 종가로 평가할 경우 8대 은행이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지분가치는 4천760억 원에 불과해 출자전환 당시에 비해 1조2천억 원 가량이 날아갔다. 상장폐지된 STX조선해양 지분만 1조 원이 넘어 산업은행과 농협은행 등이 직격타를 맞았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거래 기업의 부실화로 인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채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