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쿠쿠전자, 편법 논란 딛고 승계 마무리...장남 '경영권' 차남 '현금'
상장에 대해 쿠쿠전자 측은 기업이미지 제고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조달에 목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편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2세 승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쿠쿠전자가 조달한 자금이 46억 원에 불과한 반면, 창업주인 구자신 회장의 차남이 1천500억 원을 챙기며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시초가 기준 1조 원 수준이던 쿠쿠전자의 시가총액은 2조293억 원으로 늘어 코스피 기업 가운데 108위로 뛰어올랐다.
쿠쿠전자의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 받은 셈이지만,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편법 논란을 딛고 창업2세에 대한 승계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쿠전자는 대주주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구주매출 형태로 상장했다. 상장을 통해 회사가 신규 확보하는 자금은 없고, 지분을 내놓은 주주에게만 자금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전체 주식 중 25%인 245만840주를 일반인과 기업에 매도했는데 이중 60%가 차남 구본진 씨에게서 나왔다. 2대 주주인 본준 씨는 보유 지분 287만7천980주(29.4%)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47만504주를 처분했다. 이로 인해 쿠쿠전자에 별다른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본준 씨는 1천5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이에 비해 회사에 돌아가는 금액은 많지 않다. 쿠쿠전자는 자사주 4만5천346주(0.46%)를 내놓아 47억 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다만 관계사인 엔탑이 93만 주 전량을 매도해 972억 원을 챙겼다.
쿠쿠전자가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해외 진출을 위해 상장을 추진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상장을 통해 자금을 별로 많이 조달하지 못했다.
쿠쿠전자 상장 후 보유주식 변동 현황 | ||||||
주주명 | 매출전 | 매출후 | 변동폭 | |||
주식수 | 지분율 | 주식수 | 지분율 | 주식수 | 지분율 | |
구본학 | 3,245,380 | 33.10 | 3,245,380 | 33.10 | 0 | 0.00 |
구본진 | 2,877,980 | 29.36 | 1,407,476 | 14.36 | 1,470,504 | 15.00 |
쿠쿠전자㈜ | 1,650,850 | 16.84 | 1,605,504 | 16.38 | 45,346 | 0.46 |
엔탑㈜ | 934,990 | 9.54 | 0 | 0.00 | 934,990 | 9.54 |
구자신 | 914,160 | 9.32 | 914,160 | 9.32 | 0 | 0.00 |
쿠쿠사회복지재단 | 180,000 | 1.84 | 180,000 | 1.84 | 0 | 0.00 |
합계 | 9,803,360 | 100.00 | 7,352,520 | 75.00 | 2,450,840 | 25.00 |
출처 : 금융감독원 (단위 : 주, %, %p) |
구자신 회장의 장남으로 쿠쿠전자 지분 33.1%를 갖고 있는 구본학 대표는 주가가 치솟으면서 보유 주식가치가 2배로 늘어나는 혜택을 누렸다.
특히 이번 상장은 쿠쿠전자가 계획해온 ‘가업 승계’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자신 회장의 두 아들은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쿠쿠전자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구자신 회장은 비상장사인 쿠쿠홈시스를 내세워 두 아들에 대한 자산승계 작업에 들어갔다. 구본학 대표 형제를 대주주로 내세운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 제품의 유통을 맡아 덩치를 키우면서 지속적으로 쿠쿠전자 지분을 매입해 대주주 지위에 올라섰다.
▲쿠쿠전자 신규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에서 3번째),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왼쪽 4번째).
쿠쿠홈시스는 2012년 12월 쿠쿠전자에 합병됐다. 쿠쿠홈시스의 지분을 각각 53%와 47%씩 갖고 있던 구본학 대표와 본준 씨는 합병을 통해 쿠쿠전자 주식을 각각 33.1%, 29.4%씩 갖게 됐다. 동시에 구자신 회장의 지분율은 합병 전 24.8%에서 9.3%로 떨어지면서 경영권은 자연스럽게 구본학 대표에게 넘어갔다.
그로부터 1년 반만에 상장이 이뤄지면서 별도의 증여세 부담 없이 장남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고히 다졌고 차남은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차남 본준 씨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밑천으로 자기 사업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쿠쿠전자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업체에 들어오는 자금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해 무형의 가치가 증가하고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차남인 구본진 씨가 회사에 직책도 없어 구체적으로 자금을 어떻게 쓸지 알지 못하며 쿠쿠전자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