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의 한진해운 해법 "짐은 내가 진다"...동생가족엔 재기발판

2014-08-07     윤주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보유했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최은영 회장에게 모두 넘기면서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 가족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냈다.


결과적으로 유동성 위기의 원인인 한진해운을 조양호 회장이 떠맡으면서 동생의 가족들에게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 됐다.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은 보유중인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17%와 11%를 모두 최은영 회장과 자녀들에게 매각했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이로써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율이 26.49%에서 36.78%로 10.29%포인트 상승하면서 최대주주의 자리를 굳혔다.


지분 매각을 통해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은 현금 370억 원을 손에 쥐게 됐지만 한진그룹 전체로는 주가 하락으로 단 하루만에 시총이 600억 원 넘게 증발하는 손해를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6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5일 4조6천823억 원에서 지난 6일 4조6천172억 원으로 하룻새 651억 원(1.4%) 감소했다. 주가가 오른 한진과 한국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사는 시총 860억 원이 빠졌다.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은 시총규모가 1조9천686억 원에서 1조9천246억 원으로 440억 원(2.2%) 줄었다. 한진해운은 1조3천686억 원에서 1조3천539억 원으로 1.1%, 한진칼은 7천301억 원에서 7천216억 원으로 1.2% 감소했다.


한진해운을 대한항공이 홀로 떠안은 데 따른 불안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좌),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우)


한진해운은 지난 6월 최대주주가 대한항공으로 변경되면서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율이 36%에서 최근 0.74%로 쪼그라들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약 4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한항공이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최은영 회장의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그룹과의 고리가 끊어진 것은 물론, 한진해운에서 손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이사직을 조 회장에게 넘기면서 최 회장의 한진해운홀딩스는 이미 한진그룹에서 분리된 상태였다"며 "이번에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이 보유지분을 정리하면서 마무리과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회생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됐다.


한진그룹은 지난 3월 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900% 정도로 높은 수준임에도 한진해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말 2천500억 원, 올해 4천억 원 등 총 6천500억 원을 지원했다.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이 1천200%를 웃돌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더 이상 한진해운 자금지원 계획은 없다"면서 "채권단 등은 한진해운이 어려워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상장사 시가총액

 

 

회사

대표

2014-08-05

2014-08-06

증감액

증감률

 

 

한진해운홀딩스

최은영

1,445

1,257

-188

-13.0

 

 

대한항공

조양호

19,686

19,246

-440

-2.2

 

 

한진칼

석태수

7,301

7,216

-85

-1.2

 

 

한진해운

조양호

13,686

13,539

-147

-1.1

 

 

한국공항

김흥식

807

819

12

1.5

 

 

한진

조양호

3,898

4,095

197

5.1

 

 

전 체

46,823

46,172

-651

-1.4

 

 

출처=한국거래소 (단위: 억원, %)



한편 한진해운홀딩스는 주력회사를 잃은 채 한진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할 입장이지만, 수익기반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최은영 회장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조양호 회장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한진그룹으로 들어갔다. 한진해운홀딩스는 지난 6월 인적분할을 통해 해운지주사업과 상표권사업을 신설법인에 넘긴 뒤 한진해운에 흡수합병시켰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에는 임대사업과 지주사업만 남았다.

5천억 원 규모의 여의도 사옥을 임대해 수익을 내고 있고, IT회사인 싸이버로지텍과 삼자물류회사인 HJLK와 선박관리회사인 한진SM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일각에선 조양호 회장이 동생 가족을 위해 한진해운홀딩스를 선물로 남겼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적자에 빠진 한진해운을 떼어내고 흑자경영 중인 자회사 2개가 편입되면서 몸집은 작아졌지만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기대에서다.

한진해운을 떠안은 조양호 회장이 어떻게 경영정상화를 이뤄낼지, 새출발을 하게 된 한진해운홀딩스의 최은영 회장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