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지주사 전환 재도전…이번엔 잘 될까?

2014-08-11     윤주애 기자

한솔그룹(회장 조동길)이 한솔제지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하고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올해는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대주주 지분 늘리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솔제지는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해 내년 1월 총 자산 5천438억 원의 (가칭)한솔홀딩스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기존 제지업을 영위한 신설법인은 회사 이름이 한솔제지이고, 자산규모는 1조3천416억 원 정도다.

한솔그룹은 한솔제지를 62%대 38%로 나눠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를 존속법인으로, 사업부문을 영위하는 한솔제지를 신설키로 최근 공시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한솔홀딩스는 유동비율 165%의 건실한 회사가 된다. 부채총액은 338억 원인 반면 자기자본은 5천99억 원에 그쳐 부채비율도 6.6%에 불과하다.

한솔제지 분할 전후 주요 재무구조

 

 

구분

분할전(한솔제지)

분할후

 

 

존속회사

(가칭

한솔홀딩스)

신설회사

(한솔제지)

 

 

자산

18,787

5,438

13,416

 

 

유동자산

4,236

393

3,843

 

 

현금 및

현금성자산

338

302

36

 

 

부채

10,574

338

10,236

 

 

유동부채

6,750

238

6,512

 

 

유동 차입금및 사채

4,360

230

4,130

 

 

유동비율

62.7

165.0

59.0

 

 

부채비율

128.8

6.6

321.9

 

 

자본

8,212

5,099

3,180

 

 

자본금

2,181

1,354

827

 

 

분할비율

0.620935

0.379065

 

 

출처=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단위 : 억원)


이와 달리 신설법인인 한솔제지는 유동자산(3천843억 원)이 더 많지만 유동부채가 6천512억 원이 되면서 유동비율이 59%에 그친다. 부채비율은 322%에 달한다.

회사가 분할되기 전 한솔제지는 유동비율 62.7%, 부채비율 128.8%였다. 


분할 이후 신설법인은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가 4천억 원이 넘는다. 한솔제지가 공개한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신설법인이 승계하게 될 채무는 유동성사채가 1천752억 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이 8억3천만 원, 단기차입금 2천369억 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솔제지가 연간 1천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만큼 차입금 상환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솔제지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 부실에 상당 기간 시달려왔던 만큼 내년부터는 순수 제지회사로 기업가치가 증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제지가 한솔건설 등 부실 자회사들로 연간 지분법 손실이 200억~700억 원까지 기록했다"며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자회사 리스크가 해소된다 점에서 지주사 전환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한솔제지에 대한 목표주가를 1만4천 원에서 1만8천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솔제지는 지난 8일 1만2천850원에 장을 마쳤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한솔제지만의 단독 인적 분할은 과거 실패를 경험삼아 지주사로 확실하게 가기 위한 의지"라며 "회사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한솔제지 분할 뿐 아니라, 순환출자고리도 해소해야 한다.


한솔그룹은 한솔로지스틱스→한솔제지→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이뤄진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다. 지난해 한솔제지와 비상장사인 한솔CSN(현 한솔로지스틱스)의 투자부문을 떼어내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솔로지스틱스는 한솔제지 지분 8.07%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솔제지 등의 출자를 받고 있는 한솔EME가 한솔로지스틱스 최대주주다.

한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려면 한솔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한솔제지 지분을 대주주 측으로 끌어모아야 한다.

한솔제지는 한솔그룹의 이인희 고문(3.15%)과 조동길 회장(3.34%) 등 대주주 지분율이 17.79%에 불과하다. 한솔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한솔제지 지분 8.07%와 한솔케미칼의 2.47% 등이 어디로 이동할지 눈길을 끄는 이유다.

6월말 기준으로 한솔로지스틱스가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한 한솔제지 지분 7.39%는 장부가액이 414억 원에 달한다. 한솔케미칼 지분 2.47%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부가액이 122억 원 정도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주주총회 당시 한솔CSN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의 반대로 지주사 전환이 무산됐지만, 올해는 한솔제지 1개 회사만 분할하는 것이어서 지주사 전환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 1월 한솔제지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돼,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다고 해서 당장 계열사 지분 정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가 변동을 감안해 내년부터 2년간 주어지는 유예기간 동안 한솔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솔제지는 지난해 말 인쇄용지 시장과 산업용지 시장점유율이 30%가 넘는 1위 기업이다. 인쇄용지의 경우 한솔제지가 20.2%, 계열사 아트원제지가 11.2%였다. 한솔제지의 산업용지 시장점유율은 36.3%였다.

올 상반기 한솔제지는 매출액 4천921억 워느 영업이익 249억 원, 순이익 10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펄프가격 인상과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44% 가량 감소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