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귀환'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 앞에 놓인 숙제는?

2014-08-18     문지혜 기자

국내 조선업을 1위로 이끈 장본인이자 40년 역사를 함께한 산증인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의 최길선 전 대표가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 불황에 빠져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노련한 경영인이 구원투수로 긴급 등판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최길선 전 대표를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했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재성 회장은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최 회장은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을 담당하는 형태로 역할 분담이 이뤄지게 됐다.


최 신임 회장은 국내 조선업을 1위로 끌어올린 조선 전문가로 손꼽힌다.


국내 조선산업의 태동기인 1972년 현대중공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최 회장은 12년 만에 임원직에 오른 후 조선·플랜트 분야를 넘나들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역임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비조선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임원 승진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최 사장의 능력을 인정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 회장은 위기가 올 때마다 물러서지 않고 기술 개발 등 질적 성장을 모색했다. 국내 최초 LNG 운반선 건조, 세계 최초 선박 육상건조 방식 도입 등을 주도하며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하는 국내 조선산업이 2000년대초 일본을 꺾고 세계 1위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최 회장이 현대중공업 대표 재직 시절인 2002년에는 세계 최단 기간 ‘선박 1천 척 건조’ 기록을 세웠고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선박 건조량 1억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업계 처음으로 조선협회장직과 플랜트협회장직을 함께 맡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대표로 있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조선업의 불황이 시작되자 최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해 11월에는 “회사에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후배인 이재성 회장에게 자리를 넘기며 용퇴한 바 있다.

최 회장은 당장 현대중공업의 실적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붙여야 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2분기에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공식 취임식 없이 바로 울산 본사로 출근해 업무 보고를 받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2분기 부문별 실적 현황

조선 부문

해양 부문

플랜트 부문

총 영업손실

-5,540

-3,740

-2,370

-11,037

출처 : 현대중공업 (단위 : 억 원)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에서 수주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향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자 5천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기존 수주 물량을 취소하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철저하게 수익성을 검증해 선별수주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위기를 타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대표직을 맡았던 만큼 회사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최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최 회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