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빅5', 차보험료 할증제 약발 얼마나?…현대해상 '방긋'

2014-08-22     윤주애 기자

정부가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제도를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바꿈에 따라 이해당사자인 손해보험사의 실적에 어떤 영향이 끼칠 지 주목된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론이 우세하지만 증권시장의 반응은 손보사별로 엇갈렸다.

금감원의 제도개선안 발표 당일인 지난 20일만해도 5대 손보사 가운데 4곳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지만 바로 다음날에는 현대해상만 주가가 상승하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 반전했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 19일 3만1천550원에서 20일 3만1천800원, 21일에는 3만2천200원으로 이틀 연속으로 주가가 올랐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20일 1만3천450원으로 주가에 변동이 없다가 21일에는 1만3천400원으로 0.4% 주가가 빠졌다. 대장주인 삼성화재는 20일 주가가 전날보다 0.4% 올랐다가 21일에는 2.5% 하락하면서 28만 원선이 깨졌다.

동부화재는 20일 주가가 오른만큼 21일 주가가 내려갔다. LIG손보는 20일 주가가 1.2% 오르더니 21일에는 0.3% 하락하는 선에서 장을 마쳤다.


제도변경에 따른 기대감이 어느 정도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그 폭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손해보험업계 빅5 주가

 

 

회사

대표

2014-08-19

2014-08-20

2014-08-21

증감률

 

 

19일 대비 20일 종가

20일 대비 21일 종가

 

 

삼성화재

안민수

      283,500

      284,500

      277,500

0.4

-2.5

 

 

동부화재

김정남

        60,900

        62,000

        60,900

1.8

-1.8

 

 

현대해상

이철영·박찬종

        31,550

        31,800

        32,200

0.8

1.3

 

 

LIG손해보험

김병헌

        29,300

        29,650

        29,550

1.2

-0.3

 

 

메리츠화재

남재호

        13,450

        13,450

        13,400

0.0

-0.4

 

 

*8월20일 금감원 자동차 할인할증제도 개선안 발표/ 출처=한국거래소 (단위 : 원, %)


그럼에도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손보사 실적 개선에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 사고에 대한 계도 효과가 긍정적일 것"이라며 "무사고자에 대한 할인폭이 커진만큼 사고 예방노력이 제고되고, 사고 건수 관리에 따라 사고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 연구원은 "제도개선에 의한 효과는 2016년 이후로 지연될 테지만 계도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준비기간을 통해 사고건수 관리가 2018년 이전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개선 이후 자동차 보험료는 동일하지만 자동차 사고율이 떨어지면서 자동차 손해율이 약 1.5~ 2%p 개선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도 올해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손해율이 안정화되고,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내년에는 손해율이 1.5~2%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다빈도 사고자의 손해율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손해율의 변동성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16%인 대물담보의 사고발생률이 2005~2009회계연도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에서 71.2~77.%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또 "손해보험산업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현재 8.9%에서 9.5~12.6%로 최소 0.6%포인트, 최고 3.7%포인트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선안은 사고가 잦은 운전자에게 높은 보험료 할증률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제도는 2016년과 2017년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 1월부터 적용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골머리를 앓았던 손보사들은 제도개선 효과가 2018년 이전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며 반색하고 있다. 시장가격에 반영되기 전에 사고건수가 줄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감소하는 계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도 자동차사고가 잦은 운전자는 보험료가 할증될 가능성이 높고, 전반적으로 사고건수가 줄어들게 되면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자산규모 상위 5개사인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90%대에 달할 정도로 높다. 5개사의 평균 손해율은 지난 1분기 84.6%에서 2분기 85.1%로 0.5%포인트 상승했다.

동부화재와 삼성화재가 2분기 들어 손해율을 소폭 개선했지만 현대해상과 LIG손보,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악화됐다. 손보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77%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80%를 웃도는 바람에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다른 보험료로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은 올 상반기 영업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했지만 개인용 차량의 보험료는 올리지 못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시행시기가 늦춰졌지만 자동차사고 예방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면 시행시기가 늦춰졌더라도 그 효과는 일찍 나타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한 운전자가 3~4건의 소액사건을 내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손보사들은 건수제를 도입하기를 기다려왔다"며 이번 제도개선안이 물적사고, 특히 대물 담보에서 발생하는 모럴해저드를 축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올 상반기에 1조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낸 5대 손보사들이 앞으로 더욱 순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의 보험료 인상 효과가 하반기에 가시화되고 노인실손의료보험 판매와 내년 1월 실손보험료 인상 등의 호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25년동안 잘 유지해왔던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를 1년여만에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바꾸는 것은 보험사의 수입은 늘리되 지급 보험금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은 자동차 안전운전을 유도한다는 겉포장과 달리 실제로는 보험자의 보험료 및 사고차 수리 부담은 늘리면서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은 줄이는데 있다"고 지목했다. 이 국장은 "일선 현장에서 보험 설계사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운전자 자비로 처리하는게 더 낫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