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등 의류 제조일자 표시는 '암호'?
스타일넘버·QR코드 등 대체해 구매 시 확인 어려워...제조사 "의류 특성 탓"
#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에 사는 오 모(여)씨는 1년 전 세일 중에 구입한 바람막이를 못 입을 처지에 놓였다. 실수로 바람막이 모자 부분이 심하게 찢겨 나가 업체에 수선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 해당 제품이 이미 오래 전 제작돼 동일한 AS 원단을 구비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제야 제품이 구입일로부터 3년 전 제작된 사실을 알게 된 오 씨. 그는 “세일 상품인 걸 감안해도 기껏해야 1년 정도 된 줄 알았다”며 “제조일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면 3년이나 된 제품을 사면서 미리 발생할 문제들을 고려할 수 있었지 않겠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가의 아웃도어 등 의복류의 제조일자 표시가 제각각이어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의류는 세일이 잦고 유행에 민감한 품목인 만큼 소비자들은 제품 제조연월 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다. 오래된 제품일 경우 제품 내구성이 쉽게 약화될 수 있는 데다 AS 원단이나 부속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예도 상당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소비자 권익보호차원에서 2010년 말부터 가정용 섬유제품 및 가죽제품에는 제조연월 표기가 의무화되고 있다.
안전기술표시기준에 따르면 섬유제품이나 가죽 등은 제조연월 표시가 의무사항이다.
다만 제조연월 대신 최초 판매시즌이나 로트번호, 제품의 스타일번호, 바코드번호, QR코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 만들어졌는지 객관적으로 추적할 수만 있으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현행 표시 형태로는 소비자가 제대로 정보를 알기 어려운 구조다.
소비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제조일자 표시가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제조사만이 알 수 있는 표시화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구매 현장에서 제조일자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노스페이스 등 다수업체 제조연월 표기 스타일번호 등 사용
실제 아웃도어 브랜드 중 대표적인 노스페이스는 상품 택은 물론 품질표시 라벨에도 제조년월 표기 대신 스타일넘버와 품명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그외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K2, 밀레, 컬럼비아 등은 업체에 따라 택 혹은 제품 안쪽 품질표시 라벨 중 선택해 제조연월을 표기했다.
이외에도 캐주얼 브랜드 역시 브랜드나 제품에 따라 제조연월 대신 스타일번호를 사용하는 등 표기 여부가 갈렸다.
블랙야크 측은 “정부의 권고사항을 준수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소비자 권익보호가 있다”며 “강제성을 띄고 있지는 않지만 그 목적성에 공감해 기꺼이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동종업계 종사자는 “의류의 특성상 해당 시즌 신상품이라도 한 시즌 앞서 제작하는 등 제조년월 표기 자체가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문제가 있다”며 제조연월 표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전기술표시기준을 규정하는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업체에 제조연월 표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원칙상 어렵다면 대체번호를 사용하도록 해 문제가 생겼을 때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의복류의 특성상 제조연월 표기 자체가 소비자에게 혼란이 될 수 있다는 소비자 단체와 관련업체의 의견을 반영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연월일 외에 제품하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품 문의처, 소비자상담실, 제조자명 또는 수입자명을 표시해 소비자가 정보를 알 수 있는 등 방법은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제품에 문제가 생긴 뒤 추적은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구입 시 제품의 정보를 확인하려면 판매자나 고객센터 등에 묻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