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분규 '먹구름'...외환·산은 통합 '진통', 씨티 '고용불안'

2014-08-27     윤주애 기자

은행권이 노사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는 9월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의 18개 은행을 비롯한 37개 지부가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주요 은행들이 통폐합 이슈와 경영 갈등, 구조조정 등의 현안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외환은행(행장 김한조)은 하나은행(행장 김종준)과의 통합문제로 노조가 강하게 반발 중이며 산업은행(행장 홍기택)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두고 고용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은행(행장 권선주)은 예산 삭감에 따른 복지 축소에 노조가 불만을 표하고 있으며 경영갈등을 빚은 KB국민은행(행장 이건호)은 경영진 퇴진요구가 거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는 오는 28일로 예정됐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이사회를 연기했다. 전날 외환은행 직원 5천여명이 헌법재판소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중단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자 노조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당시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합의했으면서 최근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노조 앞으로 지난달 7일부터 13차례나 공문을 전달하며 조기통합과 관련해 협의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노조가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경영진들이 2.17 합의를 준수하지 않아 탄원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는 27일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에서 카드사업을 분리해 가칭 '외환카드'로의 분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간 갈등이 팽팽하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로비에는 노조가 천막을 설치했고, 매일 아침 노동가요가 울려 퍼진다.

금융감독원이 KB금융 사태에 대해 예고했던 중징계가 아닌 경징계를 내리면서 노사갈등이 증폭됐다. 금감원은 당초 주 전산기 교체 등을 둘러싸고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경영진에 중징계를 사전에 통보했으나 3개월여 동안 제재심의가 진행되면서 징계수위가 조정됐다.

KB국민은행 노조는 "금감원이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를 사전에 통보하면서 경영공백을 가속화 시켜 노사간 갈등과 혼란을 증폭시켰다"며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동반 퇴진 및 최수현 금감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올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들 은행은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5% 이상 삭감됐다.

산업은행은 내년 1월1일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 등으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정부정책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등 시중은행과 똑같이 경쟁을 하고 있지만 당장 복지가 축소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복리후생비가 과다하다며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됐다. 산업은행은 1인당 직원 복리후생비가 약 850만 원에서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기업은행도 점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복리후생비가 20% 가량 줄어든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2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한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 중간평가를 실시해 실적이 부진할 경우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거나 성과급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노사갈등이 첨예하다.

씨티은행(행장 하영구)은 최근 전체 지점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6개 점포를 폐쇄하면서 직원 650명을 내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노조와 향후 3년간 추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최근 3년간 1천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점포도 100개 가량 축소하면서 한국내 철수계획이 없다는 해명에도 내부적으로 고용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SC은행(행장 아제이 칸왈)도 전체 지점의 25%인 50개를 올해 안에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한국철수 의혹이 일고 있다. 사측은 한국사업 철수를 강력 부인하며 향후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뱅킹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SC은행이 이미 지난 1월 150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단행했고, 계열사인 저축은행과 캐피탈도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에 매각했기 때문에 한국내 사업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부터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금융사고로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저금리 저성장 기조 등으로 실적도 부진하면서 은행권 분위기가 우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노동산업조합은 지난 2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내달 3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금융노조는 26일 전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지부별로 진행했다.

금융노조는 앞서 임금 6.1% 인상과 직원 처우 문제를 두고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금협상 보다 조합원 중 무기계약직 여성이 많다보니 여성 할당제 정착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집중해서 18차례나 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며 "각 지부들도 총파업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