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3천억 한전부지, 누구 품으로? 현대차 '적극' 삼성 '신중'
감정가 3조3천억 원이 넘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7만9천342㎡)가 내달 18일 새 주인 품에 안길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은 29일 한전 부지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공식 입장을 내고 한전부지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 공공성에 근거로 서울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해 업무와 문화,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루는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연간 생산량 800만 대에 이르는 글로벌 선두 완성차 업체로서 세계 9개국에 걸쳐 3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자동차라는 단일 제품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고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위해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지만 양재동 사옥의 수용능력은 한계에 이르렀음을 근거로 내세웠다.
서울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 소속 임직원이 1만8천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천명 안팎에 그치고 있는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
이로 인해 주요 계열사 본사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고, 현대·기아차 및 현대제철 국내영업본부가 본사와 떨어져 있어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는가 하면, 외부 VIP의 본사 방문 시 영접 공간 부족으로 회의실이나 임원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뿐만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본사를 포함해 하나의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건립 추진중인 GBC에 유사한 복합 문화단지 조성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GBC 건설을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을 유치하고 대규모 관광객도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대규모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검토하며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2009년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이뤄 한전 본사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2011년에는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이 한전 본사 인근에 있는 한국감정원 부지를 매입했다.
이번 인수전은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곳이 주인이 되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부지 감정가는 3조3천346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 기준 공시지가 1조4천837억원과 장부가액 2조7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입찰 자격은 개인이나 법인, 컨소시엄 등 제한이 없으나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은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이 대표 응찰자인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지만 지분율이 50% 미만이어야 한다. 입찰이 2차례 유찰되면 외국인의 참여가 전면 허용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