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효자 제주항공 덕분에 생활용품 만년 3등 설움 씻어
제주항공(대표 최규남)이 애경그룹(대표 채형석)의 효자 계열사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업계 1위인데다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며 주력사인 애경을 넘어섰다.
17일 금융감독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매출이 2천34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7%나 증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 증가율이 각각 1.9%, 1.1%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휴가 성수기인 7~8월 매출이 아직 집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저비용항공사 최초 매출 5천억 원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주항공의 이같은 매출은 주력사인 애경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애경은 올해 신제품 출시 및 신규사업 진출 등으로 전년보다 11.6% 증가한 1천911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제주항공 매출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제주항공은 저비용 항공사 중 브랜드인지도와 매출면에서 업계 1위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생활용품 분야에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에 밀리면 만년 3위에 머물고 있는 애경의 서러움을 달래주는 셈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애경의 신성장동력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는 애경그룹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진 덕분이다.
제주항공은 2004년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각각 75%, 25% 지분을 공동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후 애경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총 950억 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했다.
애경의 적극적인 투자는 취항 첫 해 118억 원의 매출에 그치며 적자에 허덕이던 제주항공을 9년 만에 매출 5천억 원을 내다보는 대표 항공사로 성장시킨 밑거름이 됐다.
제주항공은 국내저비용항공사 중 최대 국제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인천~하노이(베트남)·오키나와/ 부산~괌/ 대구~베이징 노선 등을 신규 취항해 국제선 노선을 7개국, 16개 도시를 연결하는 21개 노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제주기점 김포, 김해, 대구, 청주 등 4개의 국내노선을 포함하면 모두 25개의 국내·외 노선망을 갖추게 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저비용항공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애경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