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고객 해지율 뚝 뚝...'불나방' 버리고 '집토끼'사수 나서
지난 상반기 통신 3사의 영업정지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각 사들이 신규 고객유치보다는 기존 장기고객(집토끼)를 수성에 나서, 고객 해지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호이동 고객이 급감한데 따른 결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발효되는 다음 달 이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이통3사 중 계약 해지율이 가장 낮은 곳은 SK텔레콤(대표 하성민)으로 1.9%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3개 사 중 유일하게 해지율 2% 미만이었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1%대 해지율을 달성한 것.
LG유플러스(대표 이상철)는 SK텔레콤보다 0.2% 포인트 높은 2.1%였고 KT(회장 황창규)가 해지율 2.3%로 통신3사 중 가장 높았다.
고객 해지율은 계약해지 고객 수를 신규 고객 수로 나눠 계산하게 되는데 고객들의 이합집산이 잦은 통신업계에서는 고객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해 국내 이통사들의 고객 해지율은 평균 2%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2% 초반으로 낮아졌다.
이처럼 각 통신사의 해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번호 이동 가입자 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분기부터 시작된 순차 영업정지 전후로 번호 이동자수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직전이었던 올해 1~2월 번호 이동자수는 120만 명을 넘기며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본격 정지기간이었던 3월과 4월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영업정지 이후에도 89만명(5월)→84만명(6월)→64만명(7월)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단통법 발효를 앞두고 지난 달 말과 이번 달 중순에 있었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기간에 대규모 번호이동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각 사업자 별로 의미 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각 통신사에서 시장에 투입했던 불법 보조금이 자취를 감춘 것도 번호 이동수요를 줄이는데 한 몫했다. 통신사들 역시 기존 고객 사수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해지율 감소의 단초가 됐다.
통신3사 중 해지율이 가장 낮은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지율은 최근 1년 새 미세하게 엎치락뒤치락 할 만큼 유동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2분기 하락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다"면서 "영업정지 이후 각 사에서 품질 위주의 승부를 하다보니 고객 만족도가 상승하면서 해지율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의 마케팅 경쟁이 더 시들해질 경우 각 사의 집토끼 사수 정책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번호이동 고객 대부분 단말기 교체시기에 맞춰 통신사를 옮긴다는 점을 고려해 기변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일정기간 사용 후 잔여 할부금을 면제하면서 최신 단말기로 교체할 수 있는 '클럽 T'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단말기 교체로 인한 이탈 고객을 막기 위한 대책을 꺼냈다. 가입 후 12/18개월 후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미 교체시에는 이용요금이 할인된다.
이 외에도 지난 해부터 이미 시행중인 'New 착한기변'을 통해 18개월 이상 사용 고객에게 단말기 가격 할인과 데이터·음성리필 쿠폰 및 액세서리를 제공하는 등 번호이동 고객으로의 이탈을 막고 있다.
KT 역시 누적기본료 70만 원 이상 납부한 고객에 한해 잔여 단말기 할부금을 면제시켜주는 '스펀지 플랜'을 내세우고 있다.
기본요금 7만 원의 '완전무한 77'요금제 사용 시 12개월, '광대역 안심무한 67'로는 14개월이면 혜택 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KT의 대표적인 기변 상품이었던 '좋은 기변'은 이번 달을 끝으로 종료된다.
LG유플러스는 '대박 기변'을 통해 단말기 할인 혹은 통신요금 할인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기존 단말기 사용 기간이 12개월 이상이면서 'LTE 음성무한자유 69' 요금제 이상 사용하는 기존 고객이 대상이며 오는 30일까지 중고폰 매입 보상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달 단통법 시행으로 기존고객과 신규고객의 혜택 차이가 줄어들면서 과거의 소모적인 보조금 관행을 비롯한 출혈 경쟁 대신 품질 및 상품중심의 경쟁으로 진화하면서 각 사의 해지율도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1%를 올리기 위해 1조 원을 투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모적인 투자가 심했던 분야가 통신 시장이었다"면서 "단통법 이후 서비스와 품질 위주의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