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보험료 인상 불가피?...'표준이율' 두고 보험사-당국 '동상이몽'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보험사들이 내년에 보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보험료 책정 자율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보험료 책정에 기준이 되는 표준이율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격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금융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사의 보험료 책정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를 연내 확정할 방침이다.
개정안 가운데 눈여겨 볼 대목은 보험료 책정에 영향을 미치는 ‘표준이율' 산정에 시중금리추이를 반영토록 한 점이다.
표준이율은 보험사가 과대경쟁을 방지하고 보험사의 재무건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책임준비금’에 적용하는 이율로 지난 2001년 도입됐다. 통상적으로 표준이율 하락은 보험료 인상요인이다. 보험사들이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표준이율은 3.5% 수준이지만, 기준금리가 2.25%에 불과한데다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보험업계의 표준이율이 내년에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여론을 의식해 보험료 인상 가능성에 대해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험료 책정에는 여러 요인이 있어 표준이율만 따질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표준이율이 하락한다고 해도 보험료를 책정할 때는 이자, 위험률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기 때문에 내년 보험료가 무조건 오른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번 표준이율 책정 개정안을 보험료 책정 여부보다는 정확하게 보험료를 받아서 정확하게 책임준비금을 쌓으라는 조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금융 전문가들은 보험료 상승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이번에 표준이율 산출 공식이 개편되는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시장 상황에서 3.5% 고정된 표준이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보험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표준이율이 하락이 당장 예정이율에 반영되지 않을지 몰라도 보험사들이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금융당국 역시 보험료 인상 금지를 적극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급여력비율(RBC) 150% 이상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보험사의 경우 표준이율을 0.25% 높게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 등을 들어 이번 개정안이 보험료 인상보다는 보험사 간 ‘가격경쟁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표준이율이 시중금리와 큰 차이를 보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험료 인상보다는 보험사들이 가격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을 오는 11월 9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올해 중 규정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