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vs. 녹십자, '매출 1조' 고지 누가 먼저 오를까?
국내 제약업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제약업계 최초의 매출 1조 원 달성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한양행이 450억 원 이상 차이를 벌리며 여유있게 앞서 나가는가 싶었지만, 3분기에 녹십자가 격차를 크게 줄이며 4분기 역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매출 1조 원 달성은 글로벌 제약 회사들과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1~3분기 매출이 7천394억 원으로 집계돼 매출 '1조 클럽' 가입에 2천606억 원을 남겨두고 있다. 3분기 매출이 2천591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연내에 1조 원 돌파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지난해 매출 9천316억 원으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제약업계 매출 1위를 달성했던 유한양행은 항생제, 에이즈치료제, 당뇨병치료제, 소엽효소제 등 원료의약품의 수출이 늘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도입한 신약들의 판매가 늘면서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7천394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녹십자가 빠르게 따라 잡으면서 유한양행보다 먼저 1조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분기에 1천993억 원, 2분기에 2천35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유한양행에 크게 뒤졌던 녹십자는 3분기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3분기 매출에서 233억 원을 앞서며 상반기에 454억 원까지 벌어졌던 유한양행과의 매출격차를 221억 원으로 줄였다.
3분기 추세가 4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녹십자는 유한양행에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
녹십자는 3분기에 매출을 2천824억 원으로 늘리며 제약업계의 분기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유한양행도 3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2천217억 원에서 16.9%나 늘렸지만 녹십자에는 뒤졌다.
녹십자는 3분기에 영업이익을 516억 원이라 벌어들이며 134억 원에 그친 유한양행을 압도했다.
녹십자의 이 같은 상승세는 한국MSD와 공동판매하고 있는 대상포진백신'조스타박스'의 매출이 늘고 하반기 들어 자체 개발한 독감백신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독감백신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녹십자는 겨울철에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4분기 전망도 밝은 것으로 점쳐진다.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각각의 강점을 지니고 있어 양사 모두 매출 1조 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사는 누가 1조 클럽 가입과 함께 1위자리를 차지하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해 영업사원 최다 병원 방문 제약회사 1위에 오르는 등 강력한 영업력을 앞세운 김윤섭 사장의 유한양행과 연구개발 중심으로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는 조순태 사장의 녹십자가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 지 주목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