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무산'이 오히려 호재?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돼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이 오히려 양 측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는 주주들의 반대속에 합병을 추진했던 부담을 털어냈기 때문에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또한 정확한 시기를 밝히진 않았지만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삼성중공업이 떠안고 있던 합병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주들의 반대로 흡수합병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17일까지 신청받은 주식매수청구권 현황을 살펴본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예상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이 같이 정했다는 설명이다.
합병계약서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삼성중공업은 9천500억 원(발행주식의 15.1%), 삼성엔지니어링은 4천100억 원(발행주식의 16%)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이 무산된다. 실제 신청 결과 삼성중공업은 9천500억 원에 못 미치는 9천235억 원이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7천6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은 기업의 합병, 영업양수도 등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경우 반대 주주가 자신의 소유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국민연금 등 주주들은 장기적 시너지 효과와 별개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우려가 단기적으로 삼성중공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양 사의 주가 역시 바닥을 치고 있다. 19일 삼성중공업은 2만5천50원으로 장을 시작했으나 2만3천450원까지 6.4% 떨어졌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5만9천100원에서 5만3천600원으로 9.3% 떨어져 거의 하한가에 가까운 금액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 사의 재무건전성을 봤을 때 오히려 합병 무산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단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주들의 우려를 털어냈을 뿐 아니라 총 1조6천299억 원의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전재천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합병에 대한 시너지보다는 1~2년 단기간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컸던 만큼 합병 무산은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합병 이후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주주들이 장내 매도에 나서면서 당분간 주가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주들의 반대가 거세 일단 한 발 물러났지만 상황에 따라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전 애널리스트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으나 재추진된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판단되며 그 때는 삼성엔지니어링 실적에 손실이 실현되면서 불안이 줄어들어 현재보다는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두 회사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은 지속될 예정”이라며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 지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