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방북에 현대 주가 '들썩'...대북사업 '훈풍' 타려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례적으로 한 해에 두 번이나 북한을 다녀오면서 중단된 '대북사업'이 재개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현대그룹의 간판기업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나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대북사업 독점회사인 현대아산의 대주주이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대주주다. 남북경협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상승세를 기록해왔다.
현 회장이 북한을 다녀온 다음날인 지난 19일 현대상선 주가는 전날보다 1.4% 올랐고, 현대엘리베이터는 6.3% 상승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장 중 6만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이날 하루 동안 현대상선은 269억 원, 현대엘리베이터는 338억 원 상당의 주식이 거래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대표단이 지난 18일 금강산 관광 16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북한을 다녀온 데 이어 고 김대중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 여사가 오는 21일 방북을 신청하면서 대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현 회장은 18일 귀경길에서 “북측과 연내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물꼬를 트자는 뜻을 함께했다”며 “북측에서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20여명과 공동 식수 행사를 진행했고, 북측 인사들과 ‘열려라 금강산’ 구호를 여러 번 외쳤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1988년에 시작됐으나 2008년 7월 관광객 사망사건으로 전격 중단됐다. 현 회장이 금강산관광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9년 이후 5년만이다. 현 회장은 지난 8월에도 고 정몽헌 회장 11기 추모식을 이유로 북한을 다녀왔다.
현 회장은 올해 두 번이나 북한을 다녀오면서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을 비롯한 현대아산 임직원들을 대동했다. 그룹의 최대 현안인 '대북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지 6년 4개월이 지나면서 손실규모가 1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7년 한 해 동안 금강산 관광객이 34만 명에 달했고, 사고가 난 2008년에도 비성수기인 7월까지 20만 명이 금강산을 다녀왔던 점을 감안하면 연간 최소 30만 명분만 계산해도 8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중단된 개성관광 사업도 2008년 한 해 동안 10만 명이 다녀온 것을 고려하면 그간 손실액이 1천500억 원으로 산출된다. 게다가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에 쏟아부은 투자금액(시설투자+토지임대료 등)도 2천억 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현대그룹은 정부가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다면 최소 2개월내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지 6년이 지나면서 1천 명이 넘었던 현지인력을 충원하고 안전과 시설, 보안, 인력 등을 준비하는 데 물리적으로 2달이 걸린다"며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일부는 현 회장의 잇달은 방북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목소리가 커지자 "(관광객 등의) 신변안전 문제가 해결되고 대내외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등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북사업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대상선 주가가 상승해왔다며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이슈에 따라 현대상선 주가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현대상선 주가가 지금은 괜찮지만 내년 하반기 2천억~3천억 원 가량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데 여전히 업황이 좋지 않아 조금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