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맞은 황창규 KT 회장, '통신 집중'으로 분위기 반전 '성공'
이달로 취임 1주년을 맞는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초부터 추진해온 '통신 집중' 전략이 서서히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유선통신사업에서 '기가 인터넷'을 내세워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경쟁이 치열한 무선통신사업에서도 내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탈(脫) 통신'을 외치며 사업다각화를 통한 외형 확장에 힘써 왔던 이석채 전 회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황 회장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황 회장은 그동안 비(非)통신계열사 매각, 명예퇴직을 통한 조직슬림화 등을 통해 군살을 빼고 KT의 '통신 DNA'를 살리기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
재작년에 순손실 602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충격 속에서 황 회장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6월 KT렌탈(대표 표현명)과 KT캐피탈(대표 조화준)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대수술에 나섰다.
비통신사업을 위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달리, 황 회장은 본업인 통신업에서는 영토 확장에 주력했다. 특히 수 년간 정체상태였던 유선통신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착수했다.
지난 해 5월 황 회장은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산업 간 융합이 이뤄지는 '기가토피아'를 선언했다. 유선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KT의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기가토피아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기가인터넷(10월 출시)은 지난 해 12월 기준 출시 2개월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유치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락세를 거듭하던 유선인터넷 가입자 수도 다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2분기말에 803만8천여명까지 떨어졌던 KT 유선 가입자는 3분기 말 810만여명으로 늘더니 11월말에는 815만9천여 명을 기록하며 황 회장 취임 전에 비해 11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위 SK브로드밴드(대표 안승윤)는 가입자가 8만여 명 줄고, 3위 LG유플러스(대표 이상철)는 6만여 명 증가한 것에 비해 돋보이는 성적이다.
무선분야도 황 회장 취임 이후에 경쟁력이 회복되는 추세다.
2013년만 해도 3만2천원 초반선에서 머물던 가입자 1인당 평균수익(ARPU)가 지난 해 3만4천800원까지 올랐다. 무선매출도 2013년도 분기 당 1조7천5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9천100억원까지 늘었다.
아직 KT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킨 점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그동안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유선사업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KT는 1조 원대의 명예퇴직 비용 때문에 지난해 연간 영업수지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해 회복세를 보이는 했지만 유선통신시장은 여전히 포화상태여서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운데다 후발주자의 추격도 무시할 수 없다.
황 회장은 스마트 에너지, 통합 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 케어, 지능형 교통관제를 포함한 '5대 미래융합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는데 향후 이 부문에서얼마나 성가를 거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 문지현 연구원은 "유선부문은 올해 가입자와 매출 모두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무선부문과 5대 미래융합사업에서의 성과가 유선 부문 감소분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부상 후유증 때문에 재활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습게임을 뛰는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실제 성과를 내는 본 게임을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취임 첫해에 과감한 체질개선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린 황 회장이 올해는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