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갈등' 외환은행, 인건비 부담 매출의 30% 육박 ...7대 은행 평균치 24%
국내 주요 은행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인건비 지출비중이 크게 높아져 인적 구조조정 압박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대 시중은행의 총이익(매출)에 대한 인건비 비중은 최근 5년 새 8%포인트나 높아지면서 25%에 육박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오는 3월 통합을 앞두고 노조와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로 난항을 겪고 있는 외환은행은 인건비 비중이 30%에 육박하며 평균치를 훌쩍 넘겼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행장 윤종규)·신한(행장 서진원)·우리(행장 이광구)·하나(대행 김병호)·외환(행장 김한조)·기업(행장 권선주)·산업(행장 홍기택)은행 등 시중 7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총이익은 22조9천500억 원, 인건비는 5조4천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에 대한 인건비 지출은 23.7%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2009년 15.9%와 비교하면 7.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저금리기조 장기화로 은행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덜어내는 데는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7대 시중은행 가운에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총이익의 32.1%가 직원 급여로 사용됐다. 4조7천300억 원을 벌어 1조5천200억 원을 인건비로 사용했다.
외환은행은 27.1%로 2위였는데, 오는 3월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하나·외환은행은 합병 후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 문제를 놓고 노조 갈등을 겪고 있어 향후 인건비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7일 하나금융 경영진은 노조와의 대화를 중단했는데, 노조 측이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2천명 전원을 6급 정규직으로 즉시 전환하고 급여도 6급 수준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한 탓이다. 일정기간 경과 후 전원 5급 자동승진 보장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의 입장을 수용할 경우 외환은행은 당장 600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들고 추후 자동승진을 생각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어 우리은행(25.5%), 신한은행(24.8%), 하나은행(22.1%), 기업은행(17.7%), 산업은행(9.1%) 순이었다.
5년 새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아진 곳도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각각 14%포인트와, 12.6%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은행이 12.2%포인트로 두 자릿수 이상 높아졌다.
산업은행은 유일하게 인건비 비중이 하락했다.
은행권의 인건비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은행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급여와 복지 수준이 좋고 고용 안정성이 높아 고령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장급 이상 중간관리자가 많은 이른바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인건비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인력기초통계를 보면 은행 직원 중 50대 이상 비중은 14.3%로 증권(7.9%)과 보험(4.7%)의 두 배가 넘었다. 40대(34.3%)까지 합치면 은행 직원의 절반이 40~50대라는 소리다. 2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중도 35.6%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함에도 여전히 인사적체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은행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