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신세계, 고객만족은 '뒷전'... 실수 덮기에 '급급'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신세계(대표 장재영)가 주문한 제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의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계속 말을 바꾸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만 펼쳐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우여곡절 끝에 환불을 받기는 했지만, 신세계 측의 엉성하고 무성의한 일처리에 불만을 삭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세계 관계자는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소비자로부터 감사의 말을 들었다며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가 신세계(대표 장재영)의 온라인쇼핑몰 SSG닷컴(SSG.COM)에서 등산패딩을 구입했다가 품질에 의심이 가는 엉뚱한 제품을 배송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배송된 제품은 사진에서 보듯이 먼지 같은 하얀 보풀로 뒤덮여 있었을 뿐 아니라, 실제 구매한 것보다 더 저렴한 제품이었습니다.
소비자는 제품을 받은 지난 10일 고객센터에 전화해 ‘바로 교환해드리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자신의 의사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날 오후 고객센터 게시판에 같은 내용을 글로 남겼습니다. SSG닷컴 측은 이틀 뒤인 12일에야 게시판에 ‘확인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바로 교환해주겠다는 약속이 뒤집히자 소비자는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환불하고 싶네요’라는 게시물을 바로 남겼고 그제야 ‘교환이 진행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글이 달렸습니다.
기다리다 못한 소비자는 14일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환불 요청’을 했고 결국 16일에야 제품을 반납할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업체 측 실수로 잘못 배송된 제품 때문에 거의 일주일을 항의에 매달린 끝에 얻어낸 성과입니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 뒤 신세계 측은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전산 기록에는 환불 요청이 14일에 최초로 들어왔으며 16일 제품 회수까지는 단 3일이 걸렸으니 신속하게 처리가 됐다는 주장입니다. 12일에 게시판에 달린 글은 단지 ‘환불하고 싶어지네요’ 뜻이지 환불 의사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가 10일부터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항의를 한 뒤에 말을 바꾸고 시간을 끈 것은 상관없이, 단지 전산기록상 환불절차가 3일만에 이뤄졌다는 점만 강조한 겁니다.
이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를 펄쩍 뛰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제품을 환불한 이후 고객센터와 통화를 하면서 해당 소비자가 ‘너무 고맙다’고 말하는 등 좋게 일이 마무리됐다고 말했습니다. 반품배송비를 신세계쪽에서 부담하겠다고 설명했더니 더욱 고마워하더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소비자는 이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품 오배송으로 화가 나 여러 차례 항의한 끝에 겨우 환불을 했는데 고마워할 게 뭐가 있느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이죠. 오히려 배송비를 업체에서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생색을 냈다니 황당하다고 했습니다.
신세계 측은 당초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있다고 하더니 소비자의 반응을 전달하면서 녹취록 공개를 제안하자 '대외공개가 금지됐다'며 발을 뺐습니다.
신세계가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일에 말려든 소비자의 전언대로라면 신세계는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 잡기보다는 덮기에만 급급던 셈입니다. 더욱이 소비자는 자신이 인터넷에 올린 글과 댓글까지 전부 캡처해서 전달하면서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려고 하는데 신세계는 유리한 이야기만 하고 빠져 나가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신세계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만 고치려고 들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먼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