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에서 '제2의 권선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은?

2015-02-13     유성용기자

국내 최초의 여성 행장이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행에서 '제2의 권선주'가 탄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명의 임원 중 여성은 지난해 1월 취임한 김성미 부행장 뿐 이고, 임원을 목전에 둔 지점장 및 부장 등 고위관리자급 여성 직원도 12명으로 극히 소수다.

지점장 중 여성 비중도 주요 시중은행과 격차를 보이며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유리천장을 뚫기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이조차도 그나마 권선주 행장 취임 후 관리자급 여성 인력풀을 강화한 결과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3년 여성 최초로 권선주 행장이 취임하며 여풍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신규 여성임원 승진자가 없고, 지점장 및 부장급도 단 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여성 임원과 지점장 및 부장급은 총 12명으로 전체 여직원 숫자에 비해 0.4%에 불과하다. 임원만 따지면 그 비중이 0.03%로 낮아진다.

이에 비해 남성 임원은 총 11명으로 남직원 숫자의 0.21%를 차지한다.



문제는 임원 예비후보군인 관리자급에서도 여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의 직원 수는 7천943명이고 이중 37.8%인 3천3명이 여성이다.

여성 직원은 행원급(5,6급)이 1천587명(52.9%)으로 가장 많았고, 과·차장급(4급)이 1천203명(40.1%)으로 이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 직원 가운데 부지점장 등 팀장급(3급)은 6.7%로 크게 줄었다. 반면 남성의 경우 4급(33.2%)보다 3급(36.9%)의 비중이 더 높다.

여성 직원을 많이 채용해도 3급 승진단계에서 대거 탈락하기 때문에 임원 후보군인 지점장이나 부장급 여성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여성인력 풀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역차별 논란 가능성이 있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 같은 인력 구조는 유리천장으로 유명한 금융권에 만연해 있어 기업은행 탓만 할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여성지점장 비율은 주요 시중은행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가 가능한 지점장만 놓고 보면 기업은행의 지점장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5%대 초반이다. 하나은행(행장 김병호), 우리은행(행장 이광구), KB국민은행(행장 윤종규), 외환은행(행장 김한조) 등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 2~3%포인트 가량 낮다.

주요 시중은행 중 여성지점장 비중에서 유일하게 기업은행에 뒤졌던 신한은행도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여성지점장 수를 기존 41명에서 51명으로 대폭 늘리며 비중을 5.7%로 끌어올렸다.

기업은행은 권 행장이 취임하기 전에는 사정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지점장 및 부장급 직원 중 여성비중은 5.7%로 권 행장 취임 당시인 2013년 말 4.6%보다는 높아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관리자급 여성 인력풀 자체가 적다보니 고위급 수가 적었던 게 사실”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 직원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향후 5~10년 후에는 비율이 지금보다 많이 개선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