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회장, 외환은행 실적부진에 돌직구 날린 까닭은?

2015-02-12     유성용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김병호 하나은행장 취임식에서 외환은행(행장 김한조)의 실적 악화를 꼬집고 나섬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0일 김 행장 취임식에서 “외환은행이 규모에 비해 이익이 나지 않는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에도 실적이 역전될 판”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는 외환 노조의 가처분 신청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이 올 6월 이후로 지연된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저조한 실적을 꼬집어 조기 통합의 명분을 높이기 위한 김 회장의 복심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5대 금융지주 및 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은 3천7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2% 감소했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이 20% 이상 순이익을 크게 늘린 것과 대조된다.

외환은행은 김 회장이 언급한 부산은행(3천522억 원)보다 총자산은 3배, 직원 수는 2배나 되지만 순이익은 불과 242억 원을 앞섰다.

총자산이익률(ROA)도 외환은행만 유일하게 0.42%에서 0.33%로 0.09%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0.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9천377억 원으로 5대 지주 및 은행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1조 원에 미치지 못했다. 외한은행의 부진이 한몫을 했다. 농협금융도 순이익은 7천억 원대지만 ‘농협’ 명칭사용료를 제외하기 전에는 1조 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김정태 회장으로선 하나금융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 하나은행과 외한은행의 조기 통합 추진에 나섰다.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조기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로 통합이 수차례 지연되자 김 회장이 외환은행의 실적을 꼬집으며 조기 통합의 당위성을 공론화한 셈이다.

실제 김 회장이 김 행장 취임식에서 “외환은행 임직원들과 노동조합이 이런 상황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서슴지 않고 돌직구를 날렸을 정도다.

단순 계산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실적을 합칠 경우 순이익은 1조2천328억 원으로 6.9% 늘어나게 된다.

ROA도 0.43%에서 0.45%로 높아지는 등 주요 경영지표가 외환은행의 마이너스 수치를 지우게 된다.

여기에 노조의 반발로 삐걱된 외환은행 직원들의 영업력이 회복되고 통합은행이 선택과 집중의 시너지를 내게 된다면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환은행은 하나은행에 비해 비용관리 측면에서도 미흡한데 통합될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총영업수익(매출)은 2조2천500억 원이고 이중 관리비는 63.4%인 1조4천200억 원을 차지했다. 2조8천200억 원을 벌어 1조6천300억 원을 관리비로 사용한 하나은행(57.7%)보다 5.7%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하나금융은 최근 법원이 외환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대해 실적부진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이의신청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하나·외환은행 합병 절차를 중지해달라면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며 오는 6월 말까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와 의결권 행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